에디오피아에서 온 편지
지난 4월 강원도 화천군청에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송한 편지가 날아왔다. 작년 12월 군(郡)에서 4천 여 만원의 예산으로 에티오피아에 장학사업을 벌렸는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에티오피아에서 군인을 파병해왔다. 그 부대가 강원도 일대에서 잘 싸워주었고 그 중에도 화천 전투에서 47명의 전사자를 내었다고한다. 화천군에서는 6.25 60주년을 맞이하면서 에티오피아의 참전자 유족을 찾아 보은의 뜻을 전하기로 하였다. 군청 직원을 현지에 보내서 그곳 한국 대사관과 교민들의 협조로 참전자의 가족을 수소문하여 그 후손들 가운데 초,중,고,대학생 61명을 찾아냈다. 학생 한사람이 받는 장학금 액수는 한 달에 우리 돈으로 약 3만원에서 5만원에 해당되지만 이 돈을 받는 학생들의 긍지와 희망은 대단한 것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에 속하게 되었고 그곳 사람들은 아직도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은 그들이 배움의 꿈을 가지도록 해 준 것에 대하여 한국에서 전사한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린다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을 역사의 망각 속에 묻어 버리기 일쑤인데 화천군 직원들처럼 작은 정성으로 라도 보은(報恩)하고자 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에게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는 간혹 해외여행을 하다가 몇몇 나라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와 조형물이 있는 것을 보곤 하였다. 최근에는 6.25때 참전했던 병사들 중 70-80대가 된 노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그때의 무용담을 나누면서 감회에 젖어지는 장면들을 보기도 한다. 그들은 젊은 시절 생소한 한국 땅에서 피와 땀을 흘리고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 자기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내었고 오늘의 번영된 나라를 이룩하게 했다는데 대하여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다고한다. 정작 우리들 안에서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은혜를 받고도 이런 일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