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8.15 11:04:32
1994

 

        사과와 용서
 

 
   아키라 호리우치(堀內 顯)선생은 일본에서도 알려진 저명한 목사요, 활동가이다. 그는 40년 전 오사카의 외곽 야오시(八尾市)에 가난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 교회를 개척하였는데 지금은 18처의 지교회를 포함하여 대 교회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여러 해 전 교회의 개념을 선교 공동체에 두고 그레이스 미션(Grace Mission)이란 이름으로 개칭한 다음 일본과 세계를 연결하는 선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발하게 복음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회복지 법인을 설립하여 노인들과 장애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밖으로는 국제기아대책기구 책임자로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최빈국들을 찾아다니는 등 구호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분이 우리교회에도 다녀간 적이 있지만 한국에 많은 친구들을 두고 여러 교회들과 교류를 한다.

 

   그분과 대화를 하던 중 자기가 한국을 이해하고 애착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오래전 안동에 있는 어느 교회의 초청을 받고 설교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강단에 섰으나 설교를 시작하기 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으로 인하여 한국민이 고통당했던 일과 특히 신사참배를 거부하던 한국교회가 수난을 당한데 대하여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깊이 사죄하며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했다. 예배를 마친 다음 장로 중 한 사람이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했다. 그분이 하는 말에 충격과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교회 담임목사는 자기의 형이 신사참배 때문에 희생당한 일이 있어서 일본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 또 그 장로는 어렸을 때부터 쌓여온 반일감정에 이가 갈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늘 일본인 목사가 강단에 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기교회 목사에 대한 미운 마음이 들어서 교회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설교를 시작하기 전 목사님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말에 한 순간 모든 응어리가 다 풀려졌다고 말하더란 것이다. 호리우치 목사는 36년간이나 겪었던 한국인의 고통과 상처는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줄 안다고 했다. 다만 세월이 지났어도 진정어린 사과와 이를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와 용서, 그리고 화해와 평화, 이런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세계요, 복음의 위대한 열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