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8.23 11: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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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고 가는 버릇(2) 


 
  옛날 어른들은 일을 하다가 뒤 끝을 말끔하게 마무리 하지 않고 흐지부지 하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주부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그렇고, 머슴이 들에 나가서 농사일을 할 때도 뒷손 볼 일이 없도록 마감을 해야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논밭에서 가을걷이를 한 후에는 곡식의 이삭 하나라도 흘려진 것이 있는지 다 챙기고 주워담아야 했다. 감자나 고구마를 파낸 자리에도 두 번 세 번 다시 파헤쳐 가면서 한 뿌리도 흘려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많은 농장을 가진 부자일수록 이런 일은 더욱 철저했던 것같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며 이런 것을 세상사는 이치(理致)에다 적용하곤 하였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농경문화의 전통이 있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하여 정반대의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힘들게 가꾸어서 곡식을 거둘 때 흘려진 이삭 하나까지 다 챙겨 가는 우리와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흘려진 이삭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밭모퉁이의 곡식도 다 베지 않고 그냥 남겨 두는 것을 일상화했다. 땅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나,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를 생각하여 일부러 흘려놓고 가는 버릇이야 말로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는 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이처럼 배려하는 마음은 사람에게만 아니고 자연이나 동물들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다. 나무에 달린 과일을 거둘 때도 꼭대기나 가지 끝에 매달린 것 일정 부분을 남겨두어 짐승들의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까치밥’ 같은 것을 말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다람쥐나 야생동물의 겨울 먹이를 위해 도토리나 굴밤을 주어 가지 못하게 권장하고 있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모세의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배려하는 마음을 일상적인 생활에 적용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권장하는 기부 문화도 재물이 많은 부자의 행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물질의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작용할 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조금씩 흘려놓고 가는 버릇 또한 여유로운 삶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