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지
“적의 적은 동지다.”는 말이 있다. 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말도 있다. 이런 말들이 통하는 사회는 살벌한 전쟁터이거나 권모술수와 모략중상을 일삼는 삼류 정치판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진리나 비진리 또는 이념이나 사상에 상관없이 단순한 이해(利害)관계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일 수도 있다.
좋은 뜻으로 적과 동지의 구분이 없는 세상이 된다면 참으로 이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다문화 시대에 언어나 종족의 구별 없이 내편 네편을 가르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인간관계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혈연이나 지연이나 학연과 같은 연고 중심의 패거리 문화가 아닌 순수한 인간성을 매개로 동지적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성경적 세계관에 근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혈연을 중요시하는 유대인 사회에서 누구든지 하나님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하였다(마 12:49-50). 인맥을 중심으로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대결을 일삼던 고린도 교회가 준엄한 책망을 받았던 사실이 있다.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결사(結社)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면 반드시 공멸하고 마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기드온의 아들 70명 중에 세겜 여인의 몸에서 난 아비멜렉이 있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의 형제인 세겜성 사람들에게 자기가 그들의 골육임을 강조하면서 왕이 되도록 밀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세겜성 사람들이 많은 군자금을 주고 또 불량배들을 붙여 주어 아비멜렉이 왕이 되는데 힘을 모아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불순한 동지 관계는 거기까지였다. 왕이 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영향력을 행사 하려는 세겜성 사람들과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아비멜렉간에 알력이 생기면서 급기가 원수가 되고 만다. 아비멜렉은 세겜 사람들과 동지가 되어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을 하였으나 결국 세겜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불행한 말로를 가져오고 말았던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