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마음이 움직일 때
며칠 전 교동협의회 모임에서 어느 목사님이 보고한 내용이다. 주민 자치센터 복지 담당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의뢰해 왔다. 20년 이상 가족과 단절된 상태로 혼자 살아온 노인인데 거동도 불편한데다 조식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어느 집사님이 자원 봉사로 찾아가 방문을 열었을 때 악취로 숨을 쉴 수 없었더란다. 며칠을 드나들면서 청소도 해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돌봐 주었지만 전혀 마음을 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두 분의 도우미가 지속적으로 살펴준 결과 드디어 그 노인이 교회에 출석했다. 보행이 불편하여 주일마다 차량으로 데려오고 했는데 몇 주일이 지나고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때도 씻지 않던 사람이 스스로 면도를 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병원의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 도우미로 수고하던 집사님들이 병실을 지키며 노인의 마지막을 돌보고 있었다. 목사님이 면회 시간에 맞춰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거기서 뜻밖에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 젊은이가 목사님을 알아보고 “제가 아들입니다. 복지과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멀쩡한 아들이 있고 가족이 있으면서 병든 노인을 오래도록 방치해 두었단 말인가? 병실 밖으로 나온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노인은 유명한 대학에 교수로 봉직했던 사람이었다. 부인과 자녀들이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폭언과 폭행을 일삼다가 언젠가부터 가족들에게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자녀들은 어머니를 때리고 가족을 저버린 아버지에 대하여 증오심만 있을 뿐 도저히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교회에 권사로 봉사하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갔는데 그때도 아버지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스스로 교회에 걸어서 나오셨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집사님들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잘 지켜 드리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고 했다. 완고했던 아버지도, 증오심에 불탔던 아들도, 생면부지의 노인을 부모처럼 돌봐드린 집사님들도, 모두다 예수님의 마음이 작동하여 이루어놓은 드라마 같은 하나님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