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0.10.17 16: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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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서글픈 대화 


 
아내의 등살에 못 견디고 집에서 쫓겨난 남자들이 있었다. 그중에 세대별 대표가 모여서 제각기 사연을 털어 놓았다. 좌장격인 팔십대 노인이 사십대 젊은이에게 “자네는 집에서 왜 쫓겨났는고?” 하고 물었다. 그는 “아내에게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했다가 쫓겨났습니다.”고 했다. 다음은 오십대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외출 나가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가 쫓겨났습니다.”고 했다. 육십대에게 물었더니 그는 아내의 등에다 대고 “몇 시 쯤 돌아올거냐?”고 물었다가 쫓겨났습니다.”고 했다. 칠십대 노인의 사연은 좀 달랐다. 그는 아내에게 암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이유 없이 나가라고 해서 그냥 나왔다는 것이다.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왜 쫓겨났는지 영문을 모른다고 했다. 다들 팔십대 노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사십대가 “어르신께서는 왜 쫓겨났습니까?” 하고 물었다. 노인의 말이 “에이끼 이놈, 쫓겨나기는, 내가 아내에게 쫓겨날 사람인가? 그냥 내 발로 알아서 나와버린거지......”

 

이런 우스개소리의 진원지가 어디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남자들 스스로 이런 자조 섞인 넋두리를 만들어 놓고 추락해 가는 남자들의 권위에 푸념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말을 빌리면 단군 이래 지금까지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얹혀서 오랜 세월 여자들의 숨통을 조여왔기 때문에 그것이 제자리로 찾아가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닌 듯싶다. 사대부 집 여자들은 청상과부가 되면 문 밖 출입도 못하게 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가슴에 은장도를 품고 수절을 하는 것이 한국의 여인상이었다. 그런 집안일수록 남자들은 재혼, 삼혼을 해도 되고, 심지여 부인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소가를 두거나 기방을 출입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엄청난 불공정 관행 때문에 오늘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남자들이 이제껏 준 것만큼 돌려받으려면 아마 수백 년은 더 치러야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땅의 남자들은 까마득하게 끝이 보이지 않는 세월을 죽어지낸다는 각오로 살아가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