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그냥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사람이다. 제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거나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막가파’식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분이나 지체를 생각하는 사람은 처신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눈앞에 보이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옳고, 그름에 대한 사리 판단을 하게 되고, 거기 따라서 신중하게 행동을 하려고 한다. 물질적인 이익보다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항상 절제된 행동과 품위를 유지하는데 신경을 쓴다.
신앙 시인 브라우닝(Browing)의 글 중에 천하에 제일가는 명마(名馬)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하루에 만 리를 달린다는 ‘만리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말을 탐내던 원수가 와서 훔쳐 타고 달아나 버렸다. 이를 알아챈 주인은 자기 집에 있는 ‘천리말’을 타고 뒤를 쫓아갔다. ‘천리말’이 암만 힘차게 달려도 ‘만리말’을 따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주인은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도적은 ‘만리말’을 훔쳐 타기는 했지만 그 말을 모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절대로 제 속력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천리말’로 ‘만리말’을 따라 잡을 지점에까지 왔을 때 주인은 생각을 달리했다. 그가 만일 도적이 타고 가는 ‘만리말’을 빼앗아 온다면 ‘천리말’에게 붙잡히는 경우가 될 것이니 ‘만리말’의 명성은 헛소문이 되고 말 것이다. 순간 주인은 생각을 바꾸어 자기가 ‘만리말’을 빼앗아 갈 것이 아니라 도적에게 그 말을 부리는 방법을 일러 주기로 했다. 주인에게서 ‘만리말’의 다루는 방법을 배운 도적은 그 실력을 발휘하여 날아가듯 달려가 버렸다. ‘천리말’을 타고 돌아오는 주인은 속으로 “나는 말을 잃었으나 명예는 잃지 않았다.”고 하며 만족하였다고 한다. 애지중지 하던 말을 잃고도 억울하거나 분한 생각보다는 ‘만리말’의 명성이 보존되었다는 데서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