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白紙)장을 마주잡는 사람들
후암동 교동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연합운동의 모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나는 몇 년 전 대구에서 ‘교회의 연합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교계언론 3사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 초청되어 후암동 교동협의회의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다. 백합교회 김세진 목사님은 부산에서 모인 집회에서 같은 주제의 발표를 하기도 하였고, 영주교회 성홍모 목사님은 얼마 전 장신대학교에서 초청 강사로 특강을 하기도 하였다. 후암동 교동협의회에 소속된 교회들은 대형교회도 아니고, 각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님들도 정치적인 인물이나 직업 부흥사들처럼 유명세를 타는 사람도 없다. 오직 성직자로서 기본을 지키며 성실하게 자기 교회와 성도들을 관리하는 전형적인 목회자일 뿐이다. 그렇지만 모두들 지역을 섬기고 주민들을 돌보는 영혼의 목자라는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교회와 성도들이 협력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들 가운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는 일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목사님들 부부가 선교지 탐방을 갔을 때, 그곳에 있는 한인 교회를 비롯하여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 사이에 우리가 파송하고 지원하는 선교적 모델이 큰 힘이 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도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탄절 축하 연합찬양제를 가지게 되고, 또 예년과 다름없이 따뜻한 겨울보내기로 주민들과 마음을 같이 하고 있다. 시편에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선하고 아름답다.’고 한 다윗의 노래는 백 마디 말보다도 묵묵히 실천하는 행동으로 그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교동협의회 교회와 목회자들은 백지장을 마주 들고 걸어가듯이 마음을 맞추고 호흡을 조절하는 동반자의 길을 가고 있다. 이번에도 이 시대에 절실한 평화를 테마로 하여 제작된 한 장의 전도지에 아홉 교회와 목사님들의 얼굴이 실려져있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보배로운 기름 같고 헐몬산의 이슬 같은 값지고 소중한 축복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