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
성지 이스라엘에 ‘브엘세바’라는 유서 깊은 도시가 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최남단 국경인 이곳은 사해와 지중해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옛날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은 물이 귀한 사막이어서 식수원을 찾는 것이 가장 절실한 생존문제였다. 그런데도 네게브 사막에 속한 이 도시가 유명하게 된 것은 아브라함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 26장에 보면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그랄 땅에 거주하면서 자기 아버지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을 다시 팠다는 기록이 있다. 블레셋 원주민들이 아브라함의 가족을 시기하여 그 우물을 흙으로 메워버렸기 때문에 훗날 이삭이 종들을 시켜 그 우물을 다시 파고 자기 아버지가 부르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우물을 파는 작업은 생수의 근원을 찾는 일이다. 곧 하나님께로 다가가는 일이며 예수 그리스도께 붙들리는 신앙적 삶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을 이삭이 다시 파서 그 이름으로 부르게 되고, 야곱이 판 우물을 요셉이 이어받아 오고 오는 후손들에게 같은 우물에서 생수를 마시게 했다. 이처럼 ‘한 우물 파기’ 작업의 전통은 조상이 약속받은 축복을 대물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상에 있는 사물들은 더위와 추위에 영향을 받고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져 없어지지만 지하수의 길을 따라 땅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생수의 샘은 변함없는 생명의 젖줄이 된다. 이스라엘의 족장들이 오랜 세월동안 곁눈 한번 팔지 않고 한 우물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나, 그 후손들이 조상의 길을 따라 한 우물을 파고 지킨 것은 그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정신사적 바탕위에서 히브리인의 역사와 문화가 계승되고 발전되어 왔다.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이 ‘한 우물 파기’ 운동을 고수해야겠다. 사도적 신앙의 전통과 한국교회 초기의 청교도적 경건 생활로 한 우물을 파면서 목마른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생수의 공급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