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1.01.17 10: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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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토끼와 거북이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 많이 각색되어버렸다. 옛날 초등학교 어린이의 교과서에도 나왔던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다는 내용이다. 발이 빠른 토끼가 한참 달려가다가 중간에서 잠을 자 버렸다. 딴에는 실컷 자고 일어나도 느림보 거북이를 앞질러 갈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한편 거북이는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달려 보지만 짧은 보폭이 껑충껑충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달려서 마침내 산 정상까지 도착했다.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토끼가 깜짝 놀라서 뛰어갔지만 산꼭대기에는 이미 거북이가 꽂아 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꾀가 많고 날렵한 토끼는 그 재주만 믿고 방심하다가 실패를 했지만, 자기의 부족을 알고도 꾸준히 노력하는 거북이가 결국은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교훈해 주는 우화이다.

  

  요즘은 이야기의 내용이 다르게 회자되고 있다.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숲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토끼를 보았을 때 기회를 잡은 줄 알고 그냥 달려갔어야 하는데 오히려 잠자는 토끼에게 다가가서 깨워주었다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 난 토끼는 쏜살같이 달려 산등성이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는 거북이쪽으로 달려 내려왔다.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발견하고도 모르는 척 그냥 달려갔더라면 저가 이겼을 것인데도 토끼를 깨워주고 저는 뒤처져 오는 것이 맘에 걸렸던 것이다. 토끼는 거북이가 제게 보여준 태도야 말로 본 받아야 될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하였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상대를 배려하는 신사적이고 성숙된 모습이 한없이 돋보인 것이다. 드디어 토끼가 거북이에게 머리를 숙인 채 거북이의 보폭에 맞춰 사이좋게 걸어가 마침내 둘이 나란히 골인한다는 이야기다.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립과 반목으로 영일이 없는 우리 사회에 국민 총화를 일깨워주는 희망적인 메시지처럼 신선하게 들리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