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등과(少年登科)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낸 군목 출신의 목사님 한분이 있다. 그분은 원래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되었으나 군부대의 배려로 총신 신대원에 의탁교육을 받고 군목이 된 특별한 경우이다.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장교로 목사가 되었으니 누구보다도 좋은 조건에서 군목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주로 본부 교회나 사관학교 교회 등 영향력이 있는 곳에서 사역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빠른 진급과 좋은 보직에서 근무하는 등 잘 나가는 사람 축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찍 자기 병과에서 가장 높은 대령 계급장을 달고 군종감의 지위에 올랐다. 지금까지는 승승장구 하며 그 자리에 오르기를 소망하였고 그 꿈이 이루어졌다 싶었는데 막상 젊은 나이로 그 자리에까지 가고 보니 그 다음일이 걱정이었다. 그보다 더 높은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이 끝나면 군복을 벗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 목사님은 몇 년 전 전역을 하고 지금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으면서 언제라도 한국에 목회 할 자리가 있으면 들어오고 싶다고 연락을 하곤 한다.
옛날 사람들은 부모 덕분에 벼슬에 오르는 것과 재주가 좋은데 글까지 잘 쓰는 것과 소년등과를 남자의 세 가지 불행이라 했다고 한다. 그중에도 소년등과를 첫 번째로 꼽았다. 또 소년등과를 부득호사(不得好死)라고도 했는데 이는 일찍 출세한 사람치고 좋게 죽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나태하게 되어 더 이상 발전이 없고, 또 한편으로 교만해져서 적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보다 으뜸이 되어야 하고, 한 살이라도 젊어서 목적을 성취하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부모들도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어려서부터 성공을 붙잡도록 닦달을 하고 경쟁심을 자극하곤 하는데 이러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이가 들고 경륜이 쌓여 가면서 성취감과 보람의 열매를 즐길 수 있다면 이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후반기를 살면서 20대 30대 소년등과의 향수에 젖어‘그때가 좋았는데.....’하고 푸념만 늘어놓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