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1.04.18 1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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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사람

 

 

폴란드의 작가 쎈키비츠(H,Sienkiewicz)의 장편 쿠오바디스(Quo Vadis)는 초기 기독교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소설을 거장 머빈 르로이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여 세기의 명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 속에 AD 1세기 중반 폭군 네로에 의하여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하던 시절 로마의 지하묘지(catacombe)에서 공동생활을 하던 크리스천 들과 그곳에서 복음을 전파하던 바울과 베드로 활동도 짧게나마 등장하고 있다. 지상교회의 역사는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복음전파와 함께 박해와 고난의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그래서 ‘순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떤 경우에도 사명을 포기하거나 죽음을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고 자원해서 속죄의 죽음을 당하셨기에 그 뒤를 따라가는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십자가의 길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살았던 것이다.

 

베드로의 경우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후 예수님께 대한 사랑의 고백도 하였지만 번번이 십자가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전력이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를 향하여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고 하신 예언은 그대로 적중하였다. 어느 날 그가 제자들의 권유에 못 이겨 잠시 그 박해의 현장을 피해 로마 시외로 빠져 나가다가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환상을 보게 되었다. 이때 베드로는 반사적으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하고 질문을 했는데 주님께서 “나는 네가 피하려고 하는 그 십자가를 지려고 다시 로마로 가노라.”고 대답하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베드로가 죽음이 기다리는 박해의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베드로도 십자가형을 받게 되었는데 전설에 의하면 사형을 집행하는 형리에게 “내가 어찌 예수님처럼 죽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나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후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라도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참된 제자의 도리인줄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