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가 다른 것은
오랜만에 전화로 고향 친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어릴 때 한 동네에서 자라며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여자 친구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는 권사님인데 얼마 전 남편이 돌아갔다고 했다. “연락을 하지, 섭섭하게 되었다.”고 위로의 말을 했더니 그는 “아니 연락할 경황도 없었고 또 오랜 병원생활을 하다가 죽었는데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다. 남편이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분인데 말년에 병원 신세를 지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오래도록 남편의 병원 수발을 하느라 고생을 했던 사람이니 그 짐을 내려놓아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제부터 얽매이는 데가 없이 매일같이 교회 일을 하고 저녁에는 철야기도도 하고 참 좋다고 했다 자기뿐 아니라 복자, 순자. 점자. 승자 ...... 등등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이 들먹이면서 이 친구들도 다 몇 년 사이에 남편이 돌아갔는데 완전 자유의 몸이 되어서 세상사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고 했다. 나 보고 언제 부산에 오느냐고, 미리 전화만 주면 모두 다 불러 모아 식사도 같이하고 옛날이야기로 어린 시절의 추억에 흠뻑 젖어지고 싶다고도 했다. 내가 어릴 때는 너무 짓궂게 놀아서 여학생들에게는 전혀 인기가 없었는데 ......
그나저나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죽고 나니 드디어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자유롭고 활발해졌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 아내를 잃게 되면 ‘상처가 망처’라고하며 매일같이 무덤을 찾아가거나 고개를 늘어뜨리고 홀아비 행세를 하며 궁상을 떠는데, 어찌 여자라고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내 아내를 비롯해서 부부간에 금슬 좋기로 소문 난 저 여인들도 남편이 먼저 죽으면 자유를 만났다고 좋아할 것인가? 평소에 남편보다 먼저 가는 여자가 복이 많다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그게 진심인지 입에 붙은 소리인지 알쏭달쏭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