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우천(孝牛泉)에 얽힌 사연
나라마다 고유의 생활 풍습과 전설이 있다. 대부분의 전설들은 사실성과 관계없이 역사의 옷을 입고 그 나라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한다. 이번에 중국 곤명(昆明)에 갔을 때 그곳의 전설과 관련된 조형물을 보고 왔다.
곤명 시 서남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돌산이 있는데 이 산이 서산(西山) 삼림공원이다. 해발2.500m의 이 산에는 등산로도 있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리프트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올라갔다가 얼마동안 걸어서 용문 석굴을 통과한 다음 전동차를 타고 하산하게 된다.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중국에서 여섯 번째 크기의 담수호인 곤명호수가 내려다보이고 그 전망 좋은 곳에 효우천이라는 작은 샘물과 송아지의 조형물이 있었다. 효우천에 얽힌 전설이 매우 인상적이다.
옛날 곤명 시에 조오라는 백정이 살았는데 우시장에 가서 송아지가 딸린 암소를 사왔다. 장날 아침에 백정이 소를 잡으려고 숫돌에 칼을 갈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조오야’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칼을 갈다말고 밖으로 나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숫돌 앞에 두고 간 칼이 없어졌다. 한참 찾아다니다 보니 외양간에서 송아지가 몸 아래 칼을 깔고 누어서 큰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조오는 어미를 죽이지 말라고 애원하는 송아지의 감동적인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길로 백정 일을 그만두고 소 두 마리와 함께 서산으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미 소는 죽었고 송아지가 어미 소가 되어 조오를 도왔다. 그곳 서산에는 물이나지 않는 돌산인데 산 중턱에 사는 조오는 매일같이 산 밑에 내려가서 물을 길어오곤 하였다. 어느 때부턴가 조오의 소는 뿔을 가지고 돌산을 쪼아서 샘을 파기 시작했다. 뿔이 다 닳아 피가 나도록 그 일을 계속하던 끝에 그곳에서 맑은 샘이 솟아났다는 것이다. 엄마 소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을 때 그 소원을 들어준 주인에게 보답하는 송아지의 효행이 중국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