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메이커 (Game Maker)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놀이를 하거나 행사를 할 때 효과적으로 진행을 하고 순조롭게 잘 풀어 나가는 사람을 게임 메이커라고 부른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게임 메이커는 절묘하게 상황을 반전시켜 놓기도 한다. 박지성같이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일정한 포지션에 매이지 않고 종횡무진 운동장을 누비며 상대측의 선수를 흩뜨려 놓아 자기편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게 된다. 훌륭한 선수는 팀 전체를 위하여 뛰는 사람이며 자기보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게임 메이커가 된다. 관중들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지만 감독은 자기보다 동료에게 기회를 내어 주는 이런 사람을 눈여겨보게 된다.
70년대 중반 내가 창원에 있을 때 큰 행사를 주관한 일이 있었다. 창원 신도시가 시작될 무렵 지역의 교역자들과 함께 기독교 친교회를 조직하고 첫 회장이 되었을 때다. 그 고장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성은 장로를 강사로 초청하고 도지사를 비롯해서 많은 기관장들과 기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조찬기도회이다. 날짜가 임박하여 준비 모임을 가지는데 시청, 결찰서, 보안대 등 기관의 실무자들과 관리공단의 관계자 등이 서로 자기 기관의 대표가 앉을 자리 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시장, 서장, 군 지휘관, 공단관계자 등 많은 기관 단체장을 모두 단상에 올리고 그 서열을 서로 앞에 두어야 한다고 우겨댄다. 나의 이름으로 초청장이 나갔으나 나는 힘센 사람들에 밀려 명함도 내놓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행사시간이 임박하도록 이런 난감한 상황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예고 없이 시장이 현장을 점검하러 나왔다가 그 상황을 간파하고는 즉석에서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했다. 단상에는 행사를 주관하는 목사와 초청 강사 두 분만 자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은 좌석 지정 없이 참석하는 순서대로 앉히라고 했다. 나는 그때 시장이 그 말과 함께 직접 단상 위에 있는 자기의 명패를 치워 버리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분은 어떤 일에나 앞장서서 풀어 나가는 훌륭한 게임 메이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