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07.24 14:40:29
1927

아름다운 우정

 
며칠 전 어느 신문에 미국의 38대, 39대 대통령을 지낸 제너럴 포드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의 우정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지난 8일 포드 전 대통령의 부인 베티 여사가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 12일 장례식을 치렀는데 거기서 고인의 희망에 따라 카터의 부인 로절린 여사가 조사를 읽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집안의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5년 전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도 카터 전 대통령이 조사를 읽은 것이다. .

 

공화당 출신의 포드와 민주당 출신의 카터는 소속 정당이 다를 뿐만 아니라 1976년 39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운명적인 대결을 벌인 숙적관계였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게 되자 당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포드는 2년 뒤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어 민주당의 카터와 대결하게 되었다. 전임자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포드의 입장에서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열망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이없이 땅콩농장 출신인 무명의 카터에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 이후 포드의 부인 베티 여사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빠질 정도로 오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포드를 낙선시킨 카터도 4년 뒤 공화당의 레이건에게 패배하여 재선에 실패하고 만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이었을까? 악연으로 시작된 두 전직 대통령 부부는 지난 30년간 세상에서 보기 드문 우정의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었다. 잠시 나마 약물중독의 경험이 있는 베티 여사는 중독자 재활사업을 펼쳐왔고, 로절린 여사는 남편의 해비타트 사업과 함께 사랑과 봉사의 일환으로 정신적 질병과 싸우는 일에 헌신해 왔다. 이 두 부인들은 1994년부터 그들이 각각 주도하던 두 가지 사업을 정부가 통합관리 할 수 있도록 의회에서 법안을 만드는 일을 이루어내었다. 한번 상처를 받으면 평생 동안 가슴에 품고 가거나, 지위와 명성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대물림하는 세상에서 이 두 전직 대통령 집안의 미담이 듣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