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와 K 목사
나와 가까이 지내는 K 목사님의 이야기다. 목사님 사택에서 진돗개를 키웠는데 이웃 사람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관이 목사님을 찾아와 이웃에서 개를 치워 달라는 민원이 있으니 조치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목사는 개도 마음대로 키울 수 없단 말인가?’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개를 처분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목사님은 몇 년 전에도 진돗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었다. 어쩌다 개를 묶은 줄이 풀어지는 바람에 대문 밖으로 뛰쳐나간 진돗개가 앞집의 토종개의 목을 물어 단숨에 죽여 놓았다. 앞집 주인은 죽은 개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며 살려내라고 항의를 했다. 목사님은 백배 사과를 하고 변상을 했는데 그 내역이 기가 막힌다. 죽은 개의 몸값을 달라는 대로 주었는데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개를 장례 치른 비용과 또 영정사진까지 제작해 주었는데 별도로 위로금을 더 요구하여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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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목사님에게 그 잘난 진돗개 때문에 그만큼 홍역을 치렀으면 됐지 뭐 하러 또 사다 놓았다가 경찰서 고발까지 당했느냐고 했더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고 했다. 언제 부터인가 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더니 천정에다 집을 짓고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아서 키우더라고 한다. 남들은 여러 마리의 새끼와 함께 있는 고양이의 사진만 보고도 사랑스럽다고 하지만 목사님은 고양이 가족들 등살이 진저리가 났다고 한다. 매일같이 천정에서 뛰어다니며 소리를 내고 온 집에 털을 날리고 냄새를 풍기는데 쫓아내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 고양이 꼴이 보기 싫어서 또다시 진돗개를 들여놓게 되었다. 개를 들여놓자마자 고양이는 소리 없이 새끼를 데리고 떠나 버렸다. 진돗개에게 밀려 집을 나간 고양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예배당 안에까지 들어와서 새벽에 목사님이 기도하는 강단 밑에다 똥과 오줌을 싸는 등 상상이 안 되는 짓을 했다. 이번에는 그 원수 같은 고양이가 진돗개가 없어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새끼를 거느리고 또 다시 쳐들어 왔다고 한다. 앞으로 개와 고양이와 K목사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