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목사의 식성
오래전 부산에 있을 때 이웃 교회의 어느 목사님은 야쿠르트를 좋아 해서 야쿠르트 목사라고 소문이 났다. 어느 날 그 목사님을 만나서 왜 하필 야쿠르트 목사냐고 물었다. 그분은 오랜 목회 경험에서 터득한 요령이라고 했다. 하루에 여러 집을 심방하게 되면 대부분 커피나 음료수를 내 놓는다. 교인들은 심방 온 목사를 맨입으로 보낼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정성이 담겨져 있다. 그런 마음을 아는 목사로서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는 대로 다 먹고는 배겨낼 수가 없어서 그나마 양이 적은 야쿠르트를 잘 먹는다고 소문을 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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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대심방 때가 되면 교인들은 목사의 식성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곤 한다. 심방 날짜가 정해지면 구역장과 권찰들이 목사가 어떤 음식을 좋아 하는지 사모에게 물어보거나, 또 같이 다니면서 심방하는 요원들끼리 식탁에서 목사의 젓가락이 많이 가던 반찬이 어떤 것이더냐 묻고 정보를 교환한다. 목사가 무슨 음식을 잘 먹는다고 소문이 나면 어디를 가나 그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내가 서울에 왔을 때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흘러나갔다. 첫 심방이 시작될 때 어느 분이 나의 아내에게 ‘목사님은 무슨 음식을 좋아 하느냐?’고 물었는데 아내는 “우리 집은 무엇이나 다 잘 먹으니 음식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누가 추측을 하여 ‘우리 목사님은 부산에서 왔기 때문에 생선을 좋아 한다더라.’고 소문을 내었다는 것이다. 그 소문이 정설처럼 퍼져나가 내가 심방가는 집에는 어김없이 수족관에서 건져낸 생선회를 내어 놓고 방금까지 살아있는 싱싱한 생선을 떠 왔으니 많이 드시라고 했다. 그 정성은 고맙고 가상하지만 살아있던 생선이라고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족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육질도 물러지고 맛도 제 맛이 안 나는데 우리 교회에는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19년이 지나도록 그 불확실한 정보는 아직도 유효하여 비싼 돈을 들고 수족관을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선회를 그렇게 좋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식성은 나이와 함께 자주 바뀐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