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열매
내가 자란 시골집에는 넓은 마당에 감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그 큰 나무에 주먹만한 대봉 열매들이 가지가 휠 정도로 총총들이 열려 있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초여름 감나무에 꽃이 필 때면 온 집에 감꽃 냄새가 진동하고 가지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빨아들이곤 했다. 그 시기에는 아침마다 나무 밑에 떨어진 꽃잎과 감 망울을 한 소쿠리씩 쓸어 내어야 한다. 한 여름을 지나면서 장마가 오고 태풍이 스쳐갈 때마다 수없이 떨어지는 낙과들을 청소하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가을이 되면서 감이 붉게 익어갈 때도 벌레가 먹거나 썩어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초여름부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때마다 설익은 열매들이 수없이 떨어져 갔는데 그래도 끝까지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야말로 참으로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그토록 무성하던 잎사귀들도 찬바람과 된서리에 낙엽이 되어 땅바닥에 뒹굴고 있지만 마지막 까치밥이 될 때까지 제 자리를 지키는 새빨간 감 홍시(紅?)를 보면서 인생의 완숙된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사람의 한 평생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좋은 일 궂은 일, 즐거움과 슬픔이 교차 되는가 하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나 살아갈 희망을 잃게 되는 때도 수없이 겪어야 한다. 모진 세월을 살아오면서 오직 한 길을 가고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철없이 놀던 어린 시절이나 꿈 많은 청소년 시기, 그리고 결혼과 사업과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칫 사방을 기웃거리거나 욕심에 휩싸여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 주일학교에서부터 중·고등부 청,장부를 거치면서 교회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들 중에도 집사와 권사와 장로 또는 목회자로 건전하게 성장해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교회를 멀리하며 세상으로 빠져 버린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명도나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이라도 좋다. 평범한 삶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라면 그것이 곧 행복의 조건이며 감사의 열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