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처치라는 사람이 쓴 「로쿰 텐넨」이라는 책에는 용서를 거절하는 냉혹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 이야기는 아내의 잘못으로 큰 상처를 입은 남편에 관한 것입니다. 아내와 20년간 헤어져 살던 남편이 우연히 아내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아내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그 여자는 죽음 직전에 자기의 잘못을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여보! 헨리, 내가 당신에게 못할 짓을 했어요. 부디 나를 용서해 주세요.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부인은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목메인 소리로 다시 애원했습니다. “여보, 옛날에 당신이 나를 사랑했던 때가 있었지요. 그 때를 생각해서라도 나를 용서해 주세요.”
그러나 남편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물로 호소하는 아내로부터 돌아서더니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나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불쌍한 그 여자는 냉정하게 나가는 남편을 끝까지 바라보려고 애쓰더니 남편이 아주 사라지자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애원도 용서하지 않는 냉혹한 인간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