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예람지기 2013.11.16 04:51:20
1079


성 프란체스코에 관한 일화입니다.


어느 비바람이 심하게 휘몰아치는 밤 누군가가 프란체스코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초라한 거지 한 사람이 비에 온몸이 젖은 채 벌벌 떨면서 먹을 것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프란체스코는 쾌히 그 거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거지는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코가 문드러져 나간 나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개의하지 않고 음식을 대접하고 갈아입을 옷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거지는 프란체스코의 침대에 다가오더니 추워 죽겠으니 함께 잘 수 없겠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환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고름과 진물, 썩은 악취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지만 프란체스코는 오히려 그 거지를 자신의 두 팔로 안고 자신의 체온으로 그 거지의 몸을 따뜻하게 녹여 주었습니다.


새벽기도 시간에 프란체스코가 눈을 떠보니 거지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잠자리를 살펴보니 거지와 같이 잔 흔적조차 없고 오히려 방안은 깨끗하고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 프란체스코는 간밤에 누가 자신을 찾아왔었는지를 깨닫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