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09.24 23:38:23
2007

습관과 문화


지난번 일본 오사카의 그레이스 미션에서 온 교역자들의 세미나가 끝날 무렵 수양관으로 올라가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우리교회 교역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마침 날씨도 서늘한 초가을인데다 밤하늘의 영롱한 별을 보며 매우 자연스럽고 낭만적인 캠파이어가 진행 되어졌다.

대화의 주제는 그들이 여기 와서 보고 느낀 소감을 말하게 하였는데 그중 이와하시(岩橋)라는 목사가 말하기를 자기가 12년 전에도 왔었는데 이번에 와서 새성전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그는 도착하면서부터 실시간대로 캠코더에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기곤 하였다. 우리교회 본당뿐만 아니라 교육관과 여러 부속실을 일일이 다니며 현장의 모습을 설명을 곁들여가며 사진에 담고 나름대로 느끼는 바를 체크했던 것이다.

그가 보고 느낀 소감 중 교회당 건물이 아름답고 깔끔하며 작은 공간하나라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주일학교 부속기관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 등 좋은 점을 말하고 나서, 그런데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예배실이나 교실들에 비품과 환경이 제대로 정돈 되어 있지 않았고, 한마디로 말해서 좀 지저분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분의 지적은 정확했다. 사실 우리교회 주일학교 부서들이나 교인들 대부분이 교회의 비품과 시설관리에 철저하지 못 할뿐 아니라 청소나 환경정리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순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도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당신의 지적이 정확했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우리나라에는‘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회의 환경이 깨끗하고 완벽하면 보기도 좋고 엄숙한 분위기도 되지만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교회 안에는 여러 계층, 여러 형편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다소 자연스러운 환경이 다가오기 편하게 해주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더니 그들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넘겼다.

사실인즉 일본사람들의 문화는 우리처럼 풀어놓고 적당히 넘기거나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식의 얼렁뚱땅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고 매사에 분명하고 철저하여야만 되는 것이다. 내가 계속 지적하기를 ‘당신들은 집에 들어갈 때도 현관에서 신을 벗어 반대편으로 정돈을 해놓아야 되는데, 우리는 들어갈 때 벗어놓은 그 상태로 두었다가 나올 때 그것을 돌려 신고 나온다. 식사 때도 같은 상에 밥을 먹으면서 제각기 앞 접시에다 자기 먹을 반찬을 따로 떠서 먹어야 되고, 공동으로 쓰는 젓가락이 없을 때 자기젓가락으로 음식을 뜨게 되면 그것을 거꾸로 잡고 집어 와야 되는 문화가 아니냐? 거기비하면 우리는 된장찌개 뚝배기나 생선매운탕 냄비를 가운데 두고 모두 자기 입에 넣었던 숟가락으로 그대로 떠서 먹는 습관에 젖어있다. 당신들은 매우 정갈하고 위생적인데 반하여 우리네는 어찌보면 야만적이고 비위생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더니 그렇다고 수긍을 하는 눈치였다.

일행 중 선임자인 후지사키(藤崎)목사가 ‘우리나라에도 요즘 들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솔직히 일본인의 몸에 배인 습관이나 문화 속에서는 인간적이고 정이 넘치는 한국인 같은 정서를 찾아볼 수 없어서 이점이 아쉽다’고 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같은 식구끼리, 친한 사람끼리 어울리고 사람 냄새를 풍기면서 흉허물 없이 지낼 수 있어야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