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왕자
아동 문학가이자 교회교육의 전문가인 심군식 목사님의 동화집 「잃어버린 왕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어느 외진 바닷가에 마음씨 착한 노인 한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가족도 없 이 혼자서 매일같이 그물을 가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노인은 바닷가에 떠밀려온 상자 하나를 발견하였는데 그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안에는 잘생긴 사내아기가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아기를 보는 순간 외롭게 살고 있는 자기에게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노인은 아기의 이름을 해점(海点)이라고 지었다. 그것은 바다에서 건졌다는 뜻으로 ‘바다 해’자와 또 아기의 옆구리에 손바닥 크기의 검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점점’자를 넣어서 이름을 불렀다.
그날부터 노인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고기를 잡아다 팔아 아기에게 먹을 것을 사오고 또 예쁘고 좋은 옷이나 장난감 할 것 없이 온통 아기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나 다 해주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노인은 해점이를 생각해서 이웃이 있는 마을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하였다. 해점이도 노인의 품안에서 아무런 구김살 없이 잘 먹고 잘 놀고 밝게 잘 자라 주었다. 커 가면서는 이웃아이들과 어울려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아이들과 싸움을 하여 얻어맞고도 “나는 왕자다!”하고 도리어 큰소리를 치곤하였다.
상당한 세월이 지난 후 나라 안에 뜻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임금님이 병환으로 곧 돌아가실 지경이 되었는데 뒤를 이을 왕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왕실에서 제일 어른인 태후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오래전 임금을 모시는 어느 후궁이 아들을 낳았으나 정치적 음모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는데 그 여인이 낳은 아기는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태후는 그때 산파의 입으로 아기가 사내였다는 것과 몸에 점이 있다는 것을 전해들은 기억을 되살렸다.
한편 그날도 해점이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서 바닷가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칼 쓰기와 전쟁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관복을 입은 사람들과 창검을 든 군인들까지 마을에 들어와 다짜고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잡아 옷을 벗기는 것이었다. 드디어 해점이의 옷을 벗긴 관리들은 이 아이가 왕실에서 찾고 있는 왕자임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그중 제일 높은 사람이 해점이 앞에 무릎을 꿇고 “저하! 신 등이 뫼시겠사오니 왕궁으로 돌아가 주시옵소서!”하고는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온 사람들도 일제히 절을 하고는 해점이를 가마에 태워서 왕궁으로 데리고 갔다. 조정에서는 더없는 경사가 났고 해점이의 마을뿐 아니라 온 나라가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제정 로마시대 기독교인들이 모진박해를 받으며 지하 공동묘지 속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을 때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라고 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자녀들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이 존귀한 신분의 사람들이다. 다만 피치 못할 사연이 있어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 얼굴을 볼 수 없게 격리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따름이다.
때가 되어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알았고 또한 하나님의 집에서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여간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장이야말로 참여한 모든 사람이 다같이 누리게 되는 행복이며 진정으로 새생명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