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3.05 07: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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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역사의 교훈

 

   작년 9월 선교지 답사 차 태국과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태국에서 선한목자 세미나를 인도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캄보디아에 들르게 되었다. 아침 일찍 방콕을 출발하여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유명한 시엠립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었는데 그 규모나 건축양식, 그리고 정교함과 웅장함에 대하여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였다. 앙코르와트 사원과 도시는 12세기 자야바르만 7세 이후 근 300년에 걸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왕조가 누린 영화와 나라의 국력이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날 수도 프놈펜에서 악명 높은 킬링필드 유적지를 답사하게 되었다. 말만 듣던 킬링필드 현장을 보면서 타락한 인간의 잔혹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나라가 20세기에 들어와서 프랑스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 식민 지배를 받으며 국력이 쇠퇴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 불행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왕정과 혁명, 외세의 압력과 끝없는 내전을 겪으며 정치적인 소용돌이 끝에 결국 나라를 최악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든 것이다. 시아누크 왕정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론놀 정부를 미국의 앞잡이로 몰아 축출한 세력이 처음에는 크메르인의 자존심을 회복시킨다고 민심을 충동해 놓고는 그들의 손으로 수백만을 학살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폴퐅(Pol pot)정부는 풍요로운 농촌, 이상적인 나라를 표방하면서 도시 사람들을 시골로 내 몰았고, 그동안 국가 기관에 종사하였거나 교육을 받은 사람, 또는 중산층으로 분류될 만큼 잘 살았다는 사람을 색출하여 무차별 학살하였다.

75년부터 79년까지 5년 동안 죽인사람이 200만에서 300만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 내역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없다. 폴퐅과 그의 추종자들은 지난날의 역사를 부정하고 모든 기록을 불태웠으며 어떤 자료도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수도 프놈펜을 위시하여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병들고 굶주린 사람이 방치되어 있고 어린이와 지체장애자들이 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 참혹한 정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70년대 중반쯤 우리나라에서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온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던 때였지만 그 나라에는 식량과 자원이 풍부하여 해외에 수출하였고 아시아에서 잘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아시아의 정원’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환경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던 나라가 한순간 정치적 혼란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나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역사의 정통성과 원칙을 무시하고, 백성의 안위와 국가의 장래를 외면한 채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서 대세몰이를 하는 경우 나라의 불행은 불을 보듯 뻔한게 아닌가!

오늘날 캄보디아는 무책임한 지도자로 인하여 빚어진 국가적인 해악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더라도 지난날 주권과 자유를 잃은 채 외세에 시달렸던 일들과 동족상잔의 6. 25와 같은 쓰라린 상처를 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발전도 우연의 산물이 아닌 값진 희생의 결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혼란과 무절제한 일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자칫 지난날의 고통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기미(己未)년 독립운동을 부르짖었던 3. 1절을 맞이하면서 새삼 슬픈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