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3.18 14: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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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갈릴리


내가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처음 갔던 때는 지금부터 20년 전이었다. 장시간 비행 끝에   카이로 공항에 내려 이틀 동안 애굽과 시내산 관광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향했다. 이스라엘의 최남단 도시인 에일랏 국경을 통과하면서 주변의 아랍 국가들과 숙명적으로 대치상태에 있는 그 나라의 상황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 까다롭고 복잡한 검문검색을 거친 다음 드디어 예수님의 체취가 묻어나는 성지를 답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들어온 후 첫날을 네게브 사막에 있는 마을 브엘세바에서 지냈다. 거기에는 유서 깊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옛 우물이 그대로 있었다. 그 다음날 죽은 바다로 불리는 사해를 보고 그 주변의 유적지들을 답사하게 되었다.
A.D 70년 예루살렘이 함락될 때 960명의 결사대가 3년 동안 로마에 항거했다는 맛사다와 유대 광야로 알려진 엔게디 요새지와 사해 사본이 발견된 쿰란 지역을 거쳐 여호수아의 군대가 무너뜨린 여리고 성벽까지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지금까지 다닌 곳은 거의 메마른 사막이거나 험준한 바위산들과 거친 토양이어서 이런 곳을 어찌 젖과 꿀이 흐르는 복지라고 불렀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시기적으로 건조한 때였고 6월의 초여름 날씨여서 몸에서는 땀이 흐르고 숨이 막히는 듯 힘들기도 하였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지도를 따라 계속 북상하고 있었는데 목적지가 가까워 오면서 조금씩 푸른 들판과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질 무렵이 되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눈을 의심할만한 새로운 정경이 펼쳐 진 것이다. 온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꿈과 같이 동경하던 갈릴리 바다가 눈앞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침 석양의 노을이 물빛에 어울린 그 아름다운 정경이야 말로 평생에 못 잊을 추억으로 남아 있다. 호수 주변에 있는 티베리아스는 관광 명소로서 고급 호텔들과 각종 위락시설을 고루 갖춘 현대식 도시로 깨끗하게 꾸며져 있었다. 거기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드디어 배를 타고 낭만이 깃든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게 되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눈치 빠른 아랍인 선원들은 깃대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나라 가요를 틀어주며 한국 사람을 알아주는 듯 친절을 베풀었다. 나는 지금도 갈릴리 바다를 연상하면서 옛날 주일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아름다운 갈릴리>가 흥얼거려지곤 한다.

 

예쁜새들 노래하는 아름다운 갈릴리
우리주님 어린이들 복을빌어 주시던곳

갈릴리야 갈릴리야 너의이름 아름답다
소리높여 노래하자 아름다운 갈릴리

고기잡는 어부들을 부르시던 갈릴리
주님이적 행하신곳 그리워라 갈릴리

 

육지 속에 있는 갈릴리 바다는 남북의 길이가 28Km, 동서의 넓이는 12Km에 불과한 호수이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그것을 바다라 불렀다. 대부분의 제자들은 거기서 고기잡이를 하며 나름대로 꿈을 키웠고 예수님께 부름을 받은 후에도 그 호수를 근거지로 하여 신앙의 훈련을 받았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행적과 관련하여 이 바다를 세상으로 비유하거나 또는 교회로 비유하여 설교에 인용하곤 한다. 나도 이 갈릴리 바다의 낭만을 떠올릴 때마다 그곳에서 예수님을 마주 대하고 속삭이는 듯 평온하고 은혜로운 생각에 젖어지게 되는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