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4.15 14: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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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알 되어

지난 수요일 우리교회에서 설교를 하신 김상옥 선교사님은 하나님께서 참으로 귀하게 들어 쓰시는 분이다. 그분은 15년 동안 아프리카의 가봉에서 선교활동을 하셨고 지금은 미얀마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약 5년 전부터 미얀마 정부가 추진하는 정신개조 운동의 지도자로서 우리나라의 <가나안 농군학교>를 그곳에다 설립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김선교사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경북 안동에 다녀왔다. 결혼식 장소는 안동시 외곽에 있는 안동 재활원. 처음에는 왜 하필 지체 장애자들이 모여 있는 재활원에서 결혼식을 하는지 의아해 하였으나 현지에 가서 보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식을 한곳은 예배당인데 아래층은 각종 집회와 연회장소로 쓰이는 다목적 홀이고 2층은 아담하게 꾸며진 예배실이다. 2만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 현대적 시설을 갖춘 여러 동의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신체의 장애를 가지고 거동에 불편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넓은 잔디밭과 안전 시설이 완비된 운동장도 눈에 들어왔다. 사회복지법인 안동 시온재단이라는 공식 명칭 안에 재활원, 요양원, 단비원, 인교보호작업장, 예인근로작업장, 복지사업장 등 장애자를 위한 종합적인 복지 프로그램과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복지 기관들이 활동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차원인데 반하여 이곳은 신앙과 인성을 함양케하고 재활과 기술 교육,거기다 경제적 자립까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중증 장애인과 노인들의 요양시설에서는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세심하게 살피며 돌봐주고, 경증 장애자나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을 통하여 지식과 자긍심을 길러주고 기술을 가르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동에서 오랫동안 이비인후과 병원을 경영하는 정창근 장로님이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원장을 위시하여 중요한 일을 하는 여러분들이 대부분 교회의 장로님이며 사회에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자원 봉사로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설이 경북지방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범적인 복지기관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희생한 여러분의 미담이 숨겨져 있었다.

그 고장 출신인 김상옥 선교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신학을 하기 전 몇 년간 안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 마을에서 캐톨릭 신자인 김윤동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는데 그분은 양쪽 팔과 다리가 모두 절단된 중증 장애인이면서 다른 여러 명의 장애인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김선교사는 크리스챤 교사 30여명으로 구성된 성경 공부팀을 이끌고 있었던 터라 그분들과 함께 모두가 자원봉사자로서 김윤동씨를 도와 재활원을 키웠다고 한다. 뒤에 김선교사는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된 후 아프리카 선교사로 나갔고 다른 멤버들은 훗날 교장도 되고 사회에 중견지도자들이 되었는데 변함없이 그 기관을 후원하며 봉사해 온 것이다.

이 시설이 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20억 원의 부채를 안고 넘어가게 되었을 때도 이분들이 사재를 출연하여 이 기관을 살려내었으며 하나같이 현직에서 은퇴하는 대로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김상옥 선교사의 설교에서 강조한 “생활신앙”이라는 말은 이분들의 삶을 통하여 묻어나는 것처럼 들려졌다. 사지(四肢)가 없는 몸으로 거동도 못하는 처지이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고 또 많은 재산을 불행한 사람을 위하여 내어놓고 간 김윤동씨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내려놓고 장애우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 여러분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길을 배우는 듯하다. 이런 분들의 숭고한 삶이 한 알의 밀이 되어 사랑과 소망과 생명의 열매로 작은 천국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