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6.24 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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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쉰들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1993년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의 상을 휩쓸고 일대 센 세이션을 일으킨바 있다.

 2차 대전 말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대상으로 인종청소를 감행하던 당시 그 참혹한 상황을 리얼하게 소개하고 인류 공통의 가치인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휴머니즘을 고취 시키고 있어서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였다. 출연자 모두가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무명 배우들이었다는 것과 장소 또한 크라쿠프의 그 수용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생한 현장감을 살려주고 더욱 절실하게 마음을 적셔 주는 것 같았다.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는 체코에서 출생한 독일인이다. 그는 사업가적인 수완을 발휘하여 전쟁기간에 큰돈을 벌수 있다고 보고 폴란드에 범랑 식기 공장을 세운다. 하늘을 찌를 듯 하는 히틀러의 광기(狂氣)가 온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던 시기였지만 그는 나치당의 거물들과 튼튼한 인맥을 형성해 놓고  사업상 필요에 따라 이들을 적절하게 이용하였다. 무엇보다도 강제 수용소에 끌려와 있는 유대인들을 무임금으로 부릴 수 있어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었고 거기서 축적된 재력으로 권력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었다.

이 독일인 사업가 쉰들러는 어쩌면 전쟁 틈에 돈을 벌면서 불쌍한 유대인을 혹사시켜 임금을 착취했고 또 권력자들에게 뇌물을 주며 지위를 이용하는 등 파렴치한 이중인격자요 증오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찜통 같은 화물칸에 실려 죽음의 현장으로 끌려가거나 독가스 실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고민했던 사람이기에 그도 역시 보통사람과 같은 연민과 인간애를 실천한 인물임을 느끼게 한다. 그는 전범자 히틀러의 종말과 전쟁의 끝자락을 내다보면서 자기의 힘이 미치는데 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낼 궁리를 하였다. 쉰들러는 고향 체코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다고 하여 거기 필요한 노동력을 산다는 명분으로 자기 공장에서 일했던 유대인과 그 가족 1,200명의 명단을 작성하였다. 그 리스트를 들고 그가 평소 돈으로 매수해 놓은 독일군 친위대 장교 괴트와 협상을 벌인 끝에 이들을 살려낸다.

전쟁이 끝난 다음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금이빨을 뽑아 반지를 만들고, 혹시 전범자로 몰려 처형당하게 될지 몰라 쉰들러를 구명하는 진정서를 만들고 서명을 하였다. 그들이 준 반지에는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전 세계를 구한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현대사에 가장 참혹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유대인들에게는 그 무슨 말로도 지난날의 한을 씻을 수 없고, 그 어떤 행동으로도 타오르는 증오심을 가라앉히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 독일인 쉰들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은 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예루살렘에는 나치 독일에 의하여 희생된 600만 유대인의 한을 달래고자 만들어 놓은 기념과(Yad Vashem)이 있다. 그곳에는 ‘과거를 망각하면 잘못된 과거는 반복 된다’는 경구(警句)가 쓰여 있는데 이는 지난날의 아픔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의지를 표현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기념관이 있는 장소에 쉰들러의 무덤과 묘비가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그때 살아남은 유대인과 그들의 자손들이 찾아와서 헌화하며 쉰들러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변치 않는 존경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