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 군도(古群山 群島) (3)
한국교회의 성장은 해외로까지 뻗어나가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는 선교사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를 헤아리고 있다. 방학 때가 되면 교회마다 청년들을 비전 트립(Vision trip)이라는 명목으로 앞 다투어 해외로 내 보내는가 하면, 평신도들의 의료봉사와 단기 선교팀의 활약도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좋게 보면 하나님의 축복이요 한국교회 특유의 열정이며 헌신적인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도 복음의 사각지대가 있고 선교와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상이 많이 있지만 이들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지금도 산간 오지 마을이나 도서 벽지에 있는 작은 교회들은 현대 교회가 누리는 화려한 축제 문화와는 상관없이 원초적인 신앙 행태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날이 갈수록 정치와 지형과 문화적 환경이 바뀌어 지고 곳곳에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현실이고 보면 경쟁력에서 밀려 날 수밖에 없는 현지 사람들은 이미 체념으로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이와 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목회자들은 대도시 주변이나 새로운 도시가 조성되는 곳으로 몰려들게 되고, 저마다 수요자들의 영적 욕구 성향을 분석하며 거기에 맞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목회자로 소명을 받고나서 ‘부름받아 나선이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가오리다/ 소돔같은 거리에도 사랑안고 찾아가서/ 종의몸에 지닌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 이름없이 빛도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라는 찬송의 감격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찬송이나 고백과는 달리 정작 힘들고 척박한 목회 현장을 지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반면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말 못할 어려움을 안고 힘겹게 이겨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분들 중에는 사람들의 눈에 비춰지는 성공이나 인기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목회자로서 투철한 소명의식에 사로 잡혀 거기에 명줄을 걸고 살아간다. 또한 주어진 목장에서 주님을 향하는 성도들의 그 영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양질의 목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항해 일지>는 우리나라 도서지방의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네트워킹 하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벽지교회의 특성에 맞게 효과적인 목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넷 소식지이다. 도서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조직된 ‘한국 섬선교회’는 20여 년간 섬지역 교회와 목회자들을 후원하면서 인터넷 사이트 <www.ksum.org>를 개설하고 매주 1회 <항해일지>를 띄우는가 하면, 이동교회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척의 복음선 ‘방주호’를 운행하여 섬 선교의 기동력을 보강하고 있다. 나는 최근 항해일지에 올라있는 글들을 보면서 외진 섬에서 목회 하는 분들의 생생한 체험들을 접하게 되고 또 그분들이 겪으며 기도하는 그 현장과 가까워지려고 마음먹고 있다. 마치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듯이 열악한 사역지에서 한국교회 초기의 선배들이 겪었던 목회 상황을 읽을 수 있고, 또 내가 40여 년 전 전남 무안군에 있는 해제 반도 부근의 바닷가에서 전도사 일을 시작했던 그 시절의 심정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소외된 지역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한국 섬선교회’의 사역과 <항해일지>에 좋은 글을 올려 생생한 현장의 숨결을 느끼게 해 주는 도서지역 목회자 여러분들 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은고(恩顧)를 축원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