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무언(有口無言)이 약인 것을(9. 9)
사람의 얼굴에 있는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모두 제 자리에 붙어있고 또 제각기 그 맡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사람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만드셨는데 얼굴에 붙어있는 귀와 눈과 코는 모두 두개씩의 구멍을 뚫어 놓아서 귀는 많은 소리를 듣게 하고, 눈은 많이 보고 알게 하며, 또한 코는 숨 쉬는 것과 냄새를 맡는 일에 불편이 없게 만드셨다는 것이다. 그중에도 유독 입을 하나만 만드신 것은 입의 기능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곧 입은 먹는 것과 말하는 역할을 하는데 무엇이나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크게 만들었고, 말을 할 때는 많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꼭 필요한 말을 하되 적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도 그럴듯하고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인간 사회에서 언어의 기능은 절대적이라 할 만큼 비중이 있고 필요로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혜자 솔로몬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고 하였다(잠25:11).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부적절한 말과 필요 없는 말을 분별없이 내뱉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하여 저질러진 인질 사태는 40여 일간이나 억류된 채 고생을 한 당사자들이나 피를 말리듯 고통을 겪은 가족들과 해당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와 온 국민에게까지 많은 걱정을 끼쳤다. 결국 두 사람의 희생을 치렀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의 주도로 이번 사태가 해결은 되었지만 이로써 한국교회에는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게 된 것이 사실이다. 탈레반 측에서는 우리 정부와 협상을 하면서 앞으로는 선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질을 석방 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 일부 선교 단체 관련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왔다. 내용인즉 선교사들은 납치를 당하거나 생명에 위험을 당해도 자기가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서명을 한 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일에 국가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종교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이 상황에서 교회나 선교 단체가 정부와 국민을 향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않는가? 교회가 좋은 뜻으로 선교팀을 보냈지만 인질사태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고, 석방조건으로 거액의 몸값이 거래 되었다는 등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때이다. 더욱이 많은 국민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교회를 보며 무분별한 선교활동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때이다. 교회는 국민들 앞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기 성찰을 하여야 마땅한 터에 오히려 할 말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이 볼 때 너무나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행위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메스컴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왔다. 자기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이 터진 후로 정부의 관계자들이 나서고 온 국민이 안타깝게 발을 구르고 있을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했더냐? 는 물음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지금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차라리 “보소서 나는 비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뿐이로소이다”고 말한 욥과 같이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유구무언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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