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姜太公)
강태공은 중국 고사에 나오는 실존 인물로서 본명은 여상(呂尙)이라 하고 후에 는 태공망(太公望)으로 불려진 훌륭한 정치인이다. 은(殷)나라가 부패하고 몰락의 길을 가게 될 때 여러 명의 제후들이 제각기 새로운 나라를 세워보고자 힘을 기르고 있을 때였다. 제후국인 주(周)의 무왕(武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위수(渭水)에서 낚시 하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채 그냥 죽치고 앉아 시간만 보내고 있는 노인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노인의 대답인즉 “나는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세월을 낚는다”고 하였다. 무왕은 그를 책사로 모시고 주나라를 세우는데 성공을 하였다. 내가 지난 여름 산상부흥회 설교를 하면서 대단한 믿음과 굉장한 능력을 행사하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묵묵히 믿음을 지키며 여기까지 오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이적이요 신비라고 말을 했다. 이 설교를 할 때 문득 강태공의 고사가 생각났고 그것을 인용하게 되었다. 강태공이 고기를 잘 낚았거나 많이 낚아서가 아니라 그런 것에 상관없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 세월과 씨름하며 끝까지 가게된 것을 기적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강태공의 설교가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여름행사를 치르면서 힘든 일도 마다않고 고생을 해온 교회 직원들과 가족들을 데리고 시원한 바닷가로 나갔다. 서해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서 충남 당진군에 있는 대호방조제 근처 어느 콘도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 5시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잘 아는 목사님으로부터 자기 교회 교인이 운영하는 배를 소개 받았는데 선장 부부는 온종일 친절하게 우리를 잘 인도해 주었다. 낚시꾼이 아닌 우리들이 고기를 어떻게 낚을 것인지 또는 몇 마리나 낚게 되고 생선 맛이나 보게 될 것인지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시작된 낚시…. 그런데 낚시줄을 내리자마자 큰 물고기가 낚여 올라오는 것이었다. 낚시하면 자신이 있다던 사람은 말이 없는데 오히려 평생 처음 낚시를 해 본다는 사람은 연거푸 잡아 올리고 그때마다 사진도 찍고 마음껏 즐거워하였다.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는 고기가 혹시 눈이 멀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그날만큼은 낚시의 전문가가 따로 없었고 경험이나 기술도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고기가 낚이기 시작하면서 너도 나도 월척 이상이 매달려 올라오는 낚시줄을 들고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하곤 하는데 암만해도 못 잡는 사람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었지만…. 배에서 아침과 점심까지 먹으며 오후가 되도록 그 작업은 계속되었는데 고기 한 마리 낚지도 못하면서 그냥 죽치고 기다리기란 정신 수양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감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라! 포기하고 그만두자’는 생각이 몇 번 왔다 갔다 할 즈음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물속의 낚시줄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흥분할 만큼 중량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한참동안 당겼다 늦추었다를 반복하며 실랑이를 한 끝에 드디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실체는 커다란 입이 낚시 바늘에 꿰어 꼼짝 못하고 끌려오는 우럭이었다. 아마추어 낚시꾼도 그렇게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단 말인가? 하여튼 막판에 낚은 대어는 단연 그날의 장원 감이되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고기의 입과 꼬리를 잡고 포즈를 취했는데 나의 가슴 넓이를 능가하는 크기였다. 인고(忍苦)의 시간이 길었던 것만큼 성취감과 보람도 배가 된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