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1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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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기도
-은사인가? 훈련인가?-

 

             기도가 어렵다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 필요하다는 것, 성도는 기도로 하나님과 대화 한다는 것, 기도가 은혜의 첩경이라는 것, 매일 기도를 해야 되고, 많이 해야 되고 간절하게 뜨겁게 그리고 응답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하여야 된다는 것도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기도가 말처럼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하루 세끼 밥상 앞에서 감사기도 하는 것과 또 잠자리에 들기 전에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 묵상하는 기도는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일 년 365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나, 철야 기도와 금식 기도와 같은 것은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실천되는 일이 아니다. 기도를 시작했다 하면 적어도 30분이나 1시간 이상 깊이 파고드는 기도를 하는 것도 훈련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용의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목사님들 중에도 기도가 설교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 설교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지만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고, 설교는 원고를 봐 가면서 또 말을 하다 틀리면 취소하거나 교정할 수도 있지만 기도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설교는 성경 본문에만 충실하면 되지만 기도는 상황 파악이 안 되고는 겉돌게 되는 것이다. 교인들의 생각에 목사님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입만 열었다 하면 기도나 설교가 누에 입에서 명주실 빠져 나오듯이 그냥 술술 흘러나오는 것으로 착각 하는 것 같다. 일평생 기도와 설교가 생활이다시피 살아가는 목사님들도 이 일만큼은 힘이 들고 어렵게 생각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기도를 참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매우 숙련된 기도를 거침없이 하곤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은혜 받은 것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마치 하늘의 보좌까지 쥐고 흔드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신비감을 갖게 하는 기도를 한다. 더러는 시(詩)적인 수사력과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여 문학작품이라도 발표 하듯이, 음성의 고저와 강약에 따라 감정을 자극하여 눈물샘을 터뜨려 놓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요란하지도 않고 꾸밈도 없고 전혀 과장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를 내어 놓는 것처럼 순수하게 마음에 와 닿는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중이 공감하고 촉촉이 마음을 적시게 하는 진솔한 기도에 사람들은 편안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감동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기도에 왕도(王道)는 무엇일까? 성도의 기도에는 성령이 역사하시기 때문에 기도를 잘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 맞다. 한편으로 하나님께서 은사를 주실 때 이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선용하게 하라고 하셨으니 그런 점에서 잘하는 기도는 꾸준한 훈련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상적인 기도는 그 사람의 신앙적 소양과 성실한 삶이 묻어 나오는 인격적인 대화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