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11.18 18: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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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기도(2)
- 길게 하는 것과 짧게 하는 것 -

 

         ‘개인기도는 짧게, 공중기도는 길게’라는 말이 있다. 주일 낮 예배  때 대표기도를 인도하는 장로님들 중에는 대체로 기도를 길게하는 분이  많이 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의 마음에는 기도를 인도하시는 장로님이 물론 잘 준비되고 충실한 기도를 하여 은혜를 끼치게 되기를 희망하지만, 또 한편으론 짧게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전체 예배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기도 시간을 너무 길게 잡아버리면 설교와 다른 순서에서 쫓기게 되기 때문에 항상 이 부분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장로님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목사님부터 설교를 좀 더 짧게 하시지!’라고 말 할 것 같다. 하기야 목사 역시 설교가 길어지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시간 조절하기가 어려운 것을 보면 그거나 이거나 난형난제(難兄難弟)일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기도를 길게 하는 것과 짧게 하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지를 논하자는 것이기에 설교 문제는 일단 접어 두기로 한다.

어떤 교회는 강대상 위에 ‘기도 인도는 3분간’이라는 문구를 써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문구가 어느 정도 기도 인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는 해도 꼭 그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목사님은 예배 후 기도를 길게 인도하신 장로님을 향해 조심스럽게 ‘오늘 장로님의 기도가 좀 길었던 것 같던데요?’라고 했더니 그 장로님 하시는 말씀이 ‘기도 할 때 눈을 감고하다 보니 시계를 볼 수 없어서 자연히 길어진 것 같네요.’ 하더라는 것이다. 기도를 길게 할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길게 하면 곤란한 경우도 있다. 곧 개인기도의 경우와 대표기도의 경우가 다르다는 말이다. 예배 시간 교인을 대표해서 기도 인도를 하는 분이라면 그 정도의 상식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 알면서도 번번히 기도가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기도를 인도하는 분이 자기 기도에 도취 되어버리거나 거기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시간 개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가지는 대표 기도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다 챙겨 주어야 하고 각 분야마다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빠뜨리지 않고 골고루 다 들먹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장로님들이 대표기도를 하실 때 모든 것을 한 번으로 끝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일부분만이라도 확실하게 구한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잘 조절하라고 말하고 싶다. 평생을 하는 기도인데 오늘 못한 것은 내일 하면 되고, 이번에 못다한 기도는 다음번에 챙긴다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준비하라는 뜻이다. 기도를 인도할 때 간단 명료하면서도 진정성과 간절성이 담겨져 있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은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줄 안다. 무엇보다도 평소 기도의 소양을 쌓은 사람이 성령의 도우심을 입었을 때 은혜롭고 힘이 있는 기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공 예배에 임하는 사람은 항상 ‘개인기도는 길게, 공중기도는 짧게’라는 말을 유념하면 좋을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