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기도 (3)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을 경우 의미가 없게 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된다. 솔로몬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 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고 하였다(잠 25:11). 목사님들이 설교 준비를 할 때는 항상 어떤 예배 때 어떤 장소에서 어떤 청중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설교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예식이나 행사가 자주 열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순서를 맡는 사람과 그가 해야 될 역할이 정해진다. 순서에 따라 기도, 설교, 권면, 축사 등이 이어지는데 어느 것 하나라도 상황에 맞지 않게 되면 아무리 좋은 행사라도 이를 그르치게 되고 만다. 기도 역시 때와 상황에 맞아야 된다. 예배를 시작하면서 하는 기도나, 설교와 관련되어 하는 기도, 연보와 관련된 기도, 예배를 마칠 무렵에 하는 폐회기도가 그렇다. 결혼식과 같은 축하행사의 기도, 장례식과 같은 상사(喪事)에 위로를 하는 기도, 심방을 가서 그 대상자들을 권면하고 거기에 따르는 기도를 해야 되는 경우 등등 상황과 형편에 따라서 거기에 알맞은 기도를 해야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항상 설교 보다 기도가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된다. 기도를 잘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상황에서 반드시 하여야 될 기도의 요점을 정리하고 적절한 부분에서 그것을 표현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내용에다 비중을 두고 대단한 것처럼 다룬다거나, 그 상황과는 관계없는 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끌다가 정작 필요한 것은 놓쳐버리고 만다. 어느 목사님이 심방을 갔다가 교인이 접대하는 다과상을 앞에 놓고 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 집에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하나 들먹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축복을 다 빌어 주었는데 ‘아멘’ 하고 눈을 떴을 때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 없어졌고 그릇에 물만 남았더라고 한다. 어느 교회에서 성지순례를 갔는데 마침 갈릴리 바다에서 선상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모두들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동경해 왔던 이 낭만의 바다에서 예수님의 행적을 답사하게 되었으니 그 감동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또 성경에서 많이 읽고 들었던 여러 지명들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코-스이다. 인솔자인 목사님은 교인들과 함께 그 바다에서 드리는 예배의 의미를 강조 하면서 배에 오르자마자 예배를 시작하였다. 찬송가와 복음송으로 소리 높여 찬양하고, 성경 말씀 가운데 갈릴리 바다와 관련된 내용들을 나열하면서 설교를 한 다음 장황하게 기도를 이어갔다. 마지막 축도 순서를 끝내고 눈을 떴을 때는 배가 이미 육지에 도착한지 한참 후였다. 그러고 보니 교인들은 예배시간 내내 입도 뻥긋 못하고 오직 찬송하며 기도하며 설교 듣는데 집중하느라 아쉬운 시간을 다 보내 버린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설마 오는 시간을 예배하는데 써 버렸으니 돌아 갈 때는 제대로 관광을 하려니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동기와 목적이 선하고 그 내용이 좋아도 상황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되면 역효과를 내고 만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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