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 무사 (Wadi Musa)
얼마 전 성지순례를 하던 중 요르단의 페 트라(Petra)에서 므리바 샘을 본적이 있다. 옛날 모세가 애굽에서 올라온 이스라엘 백성 을 이끌고 통과했다고 알려진 ‘왕의 길’ 근처 에 있는 킹스 웨이(King's Way)호텔에서 묵었을 때다. 바로 그 호텔 정문 앞에 조그마한 건물이 있고 그 안에 아랍사람들이 ‘와디 무사(Wadi Musa : 모세의 우물)’라 부르는 샘물이 있다. 일 년 내내 강수량이 500mm도 안 되는 메마른 지역인데다 또 언덕위의 높은 곳에 있으면서 항상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거기 샘물 곁에는 출애굽 당시 모세가 지팡이를 내리쳐서 샘이 솟아나게 되었다는 바위도 있었다. 민수기 20:10∼13에 보면 모세가 반석을 두 번 내리친 것을 두고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며 그를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다고 했다. 그때부터 약 3,500 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샘물과 또 성난 모세의 지팡이를 두 번 맞았다는 반석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함부로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나에게는 그 말이 꼭 나를 보고 하는 소리같이 들렸다. 그렇잖아도 모세의 일대기를 읽을 때마다 한평생 하나님과 그 백성을 위하여 자기 인생을 다 바치고도 정작 자기는 가나안에 들어가지는 못한 채 모압땅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곤 했다. 어쨌거나 하나님께서 모세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기시고 가나안에 못 간다고 했으니 달리 할 말은 없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동정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화나게 했던 백성들의 소행보다 모세의 분노를 용납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 중에 가장 온유한 성품을 가진 모세이지만 그도 기가 막히는 현장에서 자제력을 잃고 화를 낸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백성들이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고 춤을 추는 장면을 보았을 때도 화를 참지 못한 채 40일 간이나 금식하며 받아온 십계명의 돌비를 깨뜨렸다. 그 순간적인 감정폭발로 인하여 또다시 산위에서 40일간의 혹독한 고통을 반복해야만 했다. 오늘의 목회현장에서는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많아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때, 죽도록 수고를 하고도 말없이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모세의 삶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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