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05.11 1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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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등 긁어 드리는 법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사람이 젊어서는 혼자 살아도 늙어지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혼자서 지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반드시 등 긁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된다는 말을 한 것 같다.

  사실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면 세포가 노화되고 수축되면서 피부가 가려워지곤 한다. 옷을 자주 갈아입고 매일같이 샤워를 하더라도 등이 가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노인들 중에는 거처하는 방에 ‘효자손’이라는 기구를 비치해 두고 스스로 등을 긁는데 사용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진 ‘효자손’이라도 사람의 손에 비길 수야 있을까? 딱딱한 대나무 끝으로 피부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는다 해도 감정이 있고 체온이 있는 가족의 손가락 끝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金容基)장로님은 60년대 이후 농촌운동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신운동에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다. 그분이 한창때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였고 그의 강연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곤 하였다. 김장로님이 어느 여자 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면서 “여기 있는 학생들 중 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긁어 드리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라”고 했다. 한사람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김장로님은 목소리를 높이며 “너희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을 쌓았다 하더라도 부모님 등을 긁어 드리지 못한다면 어디다 쓰겠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분은 당시 80 넘은 노모를 모시고 있었는데 언제나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 방으로 먼저 가서 오랜 시간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또 두 손으로 어머니의 등을 긁어 드렸다고 한다. 존경심과 애정이 담긴 마음으로 등을 긁으면 손끝이 어디로 가든지 연거푸 ‘아이구 시원하다’, ‘어쩌면 그리도 가려운 곳만 찾아서 짚어 주느냐?’하고 감탄을 한다는 것이다. 그분의 이야기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누린다 하더라도 인간관계의 기본을 모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어떤 의미에서 동물적이라 할 만큼 원초적이고 따뜻한 가슴만으로 통하는 그 무엇이 있다. ‘효도’란 백가지의 이론이나 지식보다도 이 한 가지 마음으로 통하는 기초 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