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의 자존심
오래전 시골에서 목회할 때 내가 섬기는 교회의 이웃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젊은 목사 한분이 열심히 사역하여 교회가 한창 부흥되어 갈 무렵 엉뚱한 시험이 닥치게 되었다. 교회 안에서 목사님에 관한 덕스럽지 못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 교회 장로님 집으로 목사님이 찾아와서 심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하도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목사님 스스로 더 이상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할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떠나가겠다고 했다. 자기가 떠난 다음 생기게 될 문제를 걱정하며 뒷일을 장로님께서 잘 수습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장로님도 내심 고민을 하였으나 어떻게든지 덕스럽지 못한 일로 목사님이나 교회에 피해가 미치지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목사님의 의견에 수락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얼마간 지난다음 집사 중 몇 사람이 목사님의 이사 간 곳을 찾아가서 갑자기 교회를 사임하고 떠나간 이유가 무엇인지 따지고 물었다. 그 목사님은 엉겁결에 “모 장로가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협박을 했기 때문에 불가불 떠나왔다”고 둘려 댔다. 듣고 온 집사들의 입에서 이 말이 전해지자 교회는 발칵 뒤집혔고 제직회가 소집되어 그들이 지목한 장로님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장로님은 온갖 욕설과 수모를 당했으나 아무 말 없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근신을 하기로 했다. 몇 해가 지난다음 우연히 그 장로님과 대화를 하던 중 그때의 그 궁금했던 사건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그 장로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날 목사님이 내게 와서 했던 말과 그 되어진 사실을 제직회에서 그대로 털어 놨을 경우 나의 억울함은 밝혀지겠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랬을 경우 그 젊은 목사님은 목회길이 막혔을 것이고, 그 소문에 연루된 사람도 가정이 무너지는 불행을 겪어야 될 것이며, 그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교회는 전도의 문이 막히고 교인들이 떠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 하더라고했다. 그 장로님은 자기 한사람이 바보가 되고 매장을 당하면 모든 것이 그냥 지나갈 수 있겠다 싶어서 그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장로님처럼 견디기 어려운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기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사람이 결국은 자존심을 지키는 승리자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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