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 눕히기 옛날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1년에 한차례씩 대운동회를 하곤 했다.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학생이나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주민에게도 가장 큰 축제였다. 학부모와 내빈들이 참여하는 단체경기는 대단한 인기였고,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라톤 경기에는 지역의 건각들이 참여하여 기량을 발휘하고 솥과 냄비 같은 상을 휩쓸어가곤 하였다. 그 당시에는 요즘 같은 문화적인 레퍼토리나 깜짝이벤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 몸으로 부대끼고 힘과 기량을 겨루는 경기종목이 주종을 이루었다. 단체경기 중에 상급반 남학생들이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서 힘을 겨루는 기마전이나 막대눕히기 같은 것을 했는데 나는 요즘도 막대눕히기 경기의 원리를 자주 떠올리곤 한다. 한쪽에 30-40명 정도씩 편을 가르고 각각 4-5m 높이의 막대기를 메고 나온다. 막대기를 자기 진영 중앙에다 수직으로 세운 다음 약20명 정도는 그 밑둥치를 붙들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는책임을 맡는다. 나머지는 상대편으로 달려가 막대기를 눕히려고 기를 쓰며 싸운다. 방어하는 쪽은 적의 공격수를 막대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야 하고, 공격하는 쪽은 수비하고 있는 무리의 어깨를 밟고 기어올라가 막대기의 꼭대기를 잡고 몸을 날려 넘어뜨리는 일을 한다. 막대의 꼭대기가 먼저 땅에 닿게 하는 편이 이기게 된다.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막대기의 뿌리를 땅에다 고정시키고 그것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고 있지만 상대편에서 불과 한두 사람이 꼭대기에 올라가 그것을 먼저 기울어지게 하기만 하면 승부는 끝나게 된다. 이 경기를 생각할 때 마다 결국 땅에 있는 것을 붙들고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위에 것이 균형을 잃고 기울게 될 때 아래에 있는 것은 맥없이 무너진다는 원리를 깨닫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땅에 것과 하늘에 것을 다 같이 붙들고 산다. 땅에 살면서도 하늘의 시민권을 소지한 이중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땅에 있는 것이 절실하고 우선적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늘의 것만 남고 다른 것은 다 소멸 될 것들이다. 가장 소중한 가치를 하늘에 두고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붙들림이 있을 때 아래에서는 여간한 요동이 있어도 안전이 보장된다는 원리를 터득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