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볼 수 있는 자료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59년째 일기 쓰는 남자>라는 글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올해 80세가 된 최원규씨로 그분은 1950년 6월 1일 육군사관학교 생도 2기로 입교한 후 하루도 빼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 그분은 입교하자마자 곧이어 6.25전쟁이 터졌고 4개월 만에 소위로 임관하여 전방부대 소대장으로 참전한 역전의 용사이다. 59년이나 계속된 그분의 일기는 자신이 살아온 생애의 거울로서 그와 후손에게 가보처럼 아낌을 받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격동기를 겪은 우리민족의 현대사에 대하여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보고 느낀 바를 기술해 놓은 것이기에 또 다른 의미에서 그 가치가 조명될 수 있다. 나는 신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75년부터 지금까지 34년 동안 양지사(陽志社)에서 제작한 업무수첩 <Personal Diary>를 사용하고 있다. 이 수첩은 하루에 한 페이지씩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그날그날의 중요한 일들을 메모하여 보관해 놓았기 때문에 이것만 뒤져 보면 목회 활동의 대강을 훑어볼 수가 있고, 또 개인적인 나의 삶의 궤적(軌跡)이 들어나 있어서 스스로 평가하며 정리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나는 신학교를 졸업하던 해부터 주보에다 그날의 설교문을 요약해서 게재하다가 1980년부터는 주보의 1-2면에다 설교전문을 싣기 시작했다. 교인들 중에는 말씀을 들을 때 설교자와 눈을 맞춰야 되는데 어떻게 읽고, 듣고를 동시에 다 할 수 있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나는 어떤 회의나 세미나에서도 발제자는 사전에 원고를 만들어 유인물로 나누어 주고 그것을 발표한다고 하며 이를 고집했다. 문필가도 아니면서 매주일 설교 전문을 그날 주보에 게재하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 생활도 어언간 30년 가까이 해 오고 있다. 내가 기록과 자료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신학교를 졸업할 무렵 멘토의 역할을 해주신 훌륭한 어른이 계셨는데 그분의 말씀에 “목사의 사역과 삶은 증거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고 기록으로 자료를 남기라고 당부하셨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실한 목사의 책임성 있는 행동이라고 깨우쳐 주신 것이다. 우리교회의 회지 <만세 반석>이나, 주일학교에서 발행하는 <시냇가에 심은나무>도 세월과 연륜이 쌓여 가는 만큼 후세 사람에게 증거가 되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모두가 다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며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