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8.10.19 19: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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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가을, 넉넉한 마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지만 금년에는 유난히도 무덥고 지루한 여름을 보낸 것 같다. 힘든 날들을 살아온 탓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기게 된다.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 보면 어디에서나 황금 들녘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고, 여름 내내 땀흘려 가꾸어 놓은 농부들의 손길에 탐스러운 열매들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 따라 계절의 선호도가 제각기 다른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은 생명이 약동하는 새봄의 낭만을 말하기도 하고, 더러는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왕성함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가을이 좋다. 옛날 사람들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하여 가을을 예찬하였는데 농경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로서는 매우 실감나는 표현이었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춘궁기(春窮期)를 힘겹게 견뎌내고, 한여름 무더위와 풍수해와 싸우면서 애써 가꾸어 놓은 곡식들이 탐스럽게 열매 맺고 익어가는 가을이야 말로 먹지 않아도 저절로 배가 부르고, 보기만 하여도 행복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도시뿐 아니라 농,어촌 어디를 가도 도로와 마을들이 깨끗하게 다듬어져 있다. 지방 자치단체마다 자기 고장의 특성을 살려 국내외에 소개하는 캐릭터를 개발하고, 나름대로의 전통과 문화를 상품화해서 밖으로 홍보하는 순발력을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와 가치관의 변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옛날처럼 씨족사회나 단일민족과 같은 낡은 개념은 넘어 선지 오래된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사람들은 이미 자기의 개성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성향의 문화와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고의 폭을 넓히고 미래의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나름의 세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어의 장벽이나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구촌 시대의 문화를 유감없이 나누어 가지곤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자기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세계의 성향을 강하게 거부해 왔다. 봄부터 여름 내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문제에 매달려 갈등과 대립의 구도 속에 온 국민이 불안하고 더욱 힘들어 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풍성함이 우리에게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모두가 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님의 풍요로움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