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食道樂) 지난 주간 원로 장로님들과 함께 1박2일 동안 지방을 다녀왔다. 여러 해 전부터 3월초가 되면 경칩(驚蟄)을 전후하여 고로쇠를 채취하는 시기에 맞춰 남쪽 지방으로 나들이를 하곤 하였다. 이때는 가는 곳마다 그 지역 토속음식으로 식도락의 체험 해왔었기에 올해도 그 코스를 답사하게 되었다. 섬진강 하류 하동포구에서 재첩국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마산에서 남해안의 싱싱한 생선회로 저녁을 들었다. 마금산 온천에서 하룻밤을 쉬고는 다음날은 지리산 기슭의 시골 마을에 들러 토종 쏘가리 매운탕으로 점심을 했다. 민물 어종으로 최고인 쏘가리 매운탕은 전국 어디에 가도 그 집만큼 맛있게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사는 동안 즐거움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食後景)’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것도 일단 배고픔을 면한 후에 보아야 제대로 그 경치가 보이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하여 치열하게 밤낮 없이 일을 하다가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푸념 섞인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그런데 이 ‘먹는 즐거움’이 요즘에는 옛날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고 있다. 옛날에는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에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 놓고 배가 터질 만큼 포식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만끽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웰빙’이라는 새로운 음식문화에 접하면서 그 개념은 엄청나게 달라져 버렸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질병이 영양실조와 과로에서 왔지만 요즘은 비만에 운동부족이 주원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어디에나 체육공원이 있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땀을 흘리며 살빼기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중년에 접어든 사람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다이어트 식사를 하기 때문에 먹는 즐거움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몸 가꾸기에 집착하는 사람은 눈물겨울 정도로 맛있는 음식과의 담을 쌓는가 하면, 처절하리만큼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가난해서 배가 고파도 못 먹는 것이나, 병환으로 인하여 먹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강한 몸에 왕성한 식욕을 억제하며 일생동안 음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사람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라리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 좋다더라’고 하며 마음 놓고 음식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하루를 살더라도 그게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