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대통령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은 오랫동안 청와대에서 찬송소리가 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크리스천 대통령이 나오기를 열망하였다. 드디어 1993년 문민정부가 수립되면서 장로 대통령이 나오게 되었고 매주일 청와대의 대통령 관저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목사가 주재하는 예배가 드려졌다. 그렇지만 김영삼 대통령 임기 내내 많은 교회와 성도들의 입에서 왜 장로 대통령이 자기의 신앙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기독교의 장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간 데마다 신앙간증을 하는 등 색깔을 확실하게 하였다. 취임 초기에는 특정교회 출신들을 공직에 대거 기용한다는 소문이 회자 되면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고, 급기야는 불교 측에서 ‘종교의 차별’ 운운하며 강력한 행동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대통령의 측근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희석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몇 일전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 종단협의회가 주최한 경제난 극복을 기원하는 법회에 참석하여 연설을 하였다. 특정 종교의 대표가 아닌 국가의 지도자로서 어떤 단체이든 나라를 위하는 일에 참석하고 격려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장로요, 권사인 대통령 내외가 승려들과 함께 불상 앞에서 합장하여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었을까? 그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적어도 장로와 권사로 신앙인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사는 분이 하나님의 눈을 어떻게 의식하는지 도무지 상식선에서도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장로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내몰게 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한국교회나 교인들의 사고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국가가 아닌 다종교 사회에서, 누구나 지도자의 자질과 국민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또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종교전쟁을 하는 것처럼 극성을 부리며 그 사람이 당선되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대통령이나 기관장들은 기독교인 등쌀에 못 견디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비기독교인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그래서 ‘가만 놓아 주는 것이 도와 주는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