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의 종류
죽음의 권세를 깨치시고 살아나신 예수님을 축하하는 부활절을 맞이하였다. 부활절에 행하는 축제들 가운데 달걀을 선물로 주고받는 풍속이 있다. 그 유래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덤을 열고 나온 예수님의 부활과 생명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달걀의 노른자 위에 하나의 작은 씨눈이 있어서 그 신비로운 힘이 작동할 때 딱딱한 껍질을 깨고 마침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게 된다.
크든지, 작든지, 살아있는 씨는 반드시 그 속에 있는 생명이 약동하게 된다. 다만 그 씨의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본능과 생태의 모습이 드러날 뿐이다. 바울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그의 뜻대로 각 종자에게 형체를 주셨는데 사람의 육체와 짐승의 육체와 새의 육체와 물고기의 육체가 다르다고 했다(고전 15:39).
나는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보면서 사람과 가까이 하는 동물들의 생태를 익히 보아왔다. 나의 할아버지는 이른 봄부터 크고 튼튼한 씨암탉을 골라 달걀을 품게 하고 거기서 한꺼번에 열댓 마리 되는 병아리를 부화시키곤 하였다. 처음 알껍데기를 깨고 나온 병아리들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보기 좋다. 어미 닭이 모이를 쪼으며 소리를 내어 새끼들을 불러모으고, 그 소리 나는 대로 병아리들은 거기 화답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간혹 개나 족제비 같은 동물이 병아리를 해치지 않을까 지켜 주기도 하였다.
병아리와 관련된 나의 기억은 또 있다. 달걀을 품고 앉은 암탉의 날개 밑으로 오리알과 꿩알을 몇 개씩 넣어 준다. 병아리가 부화되는 날을 전후하여 몇 일간의 시차를 두고 오리도, 꿩도 어김없이 껍질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한 마리의 어미 닭이 세 종류의 새끼들을 몰고 다니며 모이를 먹이고 날개 밑에 품어 주고 동물적인 모성애를 발휘하여 정성껏 키워준다. 그런데 새끼들은 다리에 힘이 오르고 깃이 나서 날개를 치게 되면 제각기 본색을 드러낸다. 오리 새끼는 물만 보이면 넓죽한 주둥이를 내저으며 물속으로 뛰어들고, 꿩 새끼는 기회를 엿보며 산으로 기어올라간다. 결국 종자의 본성은 벗어날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성경은 육으로 난 것과 영으로 난 것이 그 경계를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겉으로는 똑 같은 육신이지만 성령의 종자는 그 속에 ‘하나님의 씨’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