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물고기를 그린 사람들
자기가 크리스천인 것을 애써 숨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이를 나타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 출입문에 교패를 붙여서 어느 교회에 출석하는지를 알려주고, 거실이나 집무실에 성구액자와 그림 같은 것을 진열해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자동차의 트렁크 뒤쪽 부분에 물고기 그림을 부착하고 다니는 사람은 흔하게 볼 수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크리스천임을 나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스스로의 삶을 그리스도와 함께 한다는 마음의 자세일 것이고, 이와 같은 마음가짐을 행동과 연결시켜 다른 사람에게 전도의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끝으로 맛을 보는 등 오감(五感)을 통하여 사물을 인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와 대상은 육체의 감각이 아닌 영감(靈感)으로 분별하게 되는 것이다. 신앙인격의 정도에 따라 영적 기능이 발달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선전물이 아니라도 보이지 않는 내면적 느낌만으로 상호간에 신앙적인 교감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영적 분별력을 통해서 피차 그리스도의 인격에 근접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라고 한 것은 의미 있는 말이다. 드러나지 않게 은은한 향기의 삶을 사는 것이나, 또 이것을 쉽게 느끼고 서로 알아보는 감각이 있는 사람은 고상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가치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
초대교회 사람들이 물고기의 싸인(Sign)으로 눈빛을 마주치면서 신앙공동체를 유지했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과 같은 인간관계로 유대감을 과시하지만, 신앙 세계에서는 그것을 뛰어넘는 높은 차원의 관계가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제정 로마가 기독교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던 때, 수백 년동안 캄캄한 지하 공동묘지(Catacombs)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육신의 형제자매는 의미가 없었지만 오직 그리스도로 연결된 형제자매들이 끈끈한 신앙공동체를 이루게 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냥 눈빛으로 나타내는 그리스도의 냄새를 맡으며 땅바닥에 물고기를 그린 사람들! 이 물고기 신앙고백이 말하는 익듀스 (ΙΧΘυΣ) <예수, 그리스도,하나님의 아들, 나의 구원자>가 생명이요, 능력이 되는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