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영성
사람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합리적인 지식이나 과학적인 검증보다도 순간적인 판단과 체험적인 지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을 살아온 날수나 경륜이 많을수록 동물적인 감각이 발휘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원리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도 적용된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어느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서로 잘 알고 신뢰하는 사이인지라 목회 현장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대화를 하면서 피차 도움을 주는 관계이다. 그 사람이 내가 보낸 글을 읽고는 ‘감각적인 영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영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표현은 해 왔으나 ‘감각적인 영성’이란 말은 처음 듣는지라 매우 생소하게 받아졌다. 그런데 듣고 보니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인 것 같았다. 그리스도인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교통하는 영적감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굳이 성경 말씀을 적용하고 계시나 환상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냥 매일같이 부딪치는 삶의 현장에서 겪게 되는 일들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거기서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간다. 인격의 바탕과 기본적인 소양이 신앙적인 가치관에 따라 작용하는 경우 모든 사안을 하나님의 뜻과 근접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그 친구는 천성이 착하며 지금까지 올바른 삶을 통하여 헌신자의 자세를 견지해왔다. 상당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감각도 익힌 데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수준 있는 교회를 섬기며 성공적인 목회를 하던 사람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검진을 하던 중 성대가 심하게 파열되고 굳어져서 그대로 두면 언어 불능의 상태가 된다는 진단을 받고 목회를 중단한 채 장기간 요양을 하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잘 나가던 목회 활동을 접고 일정기간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과 어렵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그 처지가 매우 딱하게 여겨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 목사님과 가족들은 특유의 감각적인 영성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조금도 답답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모습으로 순간마다 주어지는 상황에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체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매사를 하나님의 뜻과 결부시키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적인 영성이야 말로 성숙된 그리스도인의 복된 성품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