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0.01.03 17:47:31
2337

 

동해의 아침 햇살

 

 

몇 년 전 네팔의 선교지를 방문했을 때, 현지 선교사와 함께 히말라야 산맥 아래 있는 포카라(Pocara)라는 마을에서 숙박을 했다. 다음날 새벽어둠 속을 뚫고 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올라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잠시 후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장관을 보며 그 앞에서 제각기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새해가 되면 전국에 해맞이 관광 인파들로 각광을 받는 곳이 많이 있다. 땅이 넓은 중국이나, 내륙에 위치한 몽골 같은 데서는 광활한 지평선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지만 반도인 우리나라에서는 수평선 너머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광경을 연출하는 곳을 많이 찾는다. 계절에 따라서 뜨고 지는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제에 뜨는 해와 오늘에 뜨는 해가 다를 것은 전혀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새해 첫날 수평선 위로 치밀고 올라오는 처음 햇살을 신비롭게 여기고 그 앞에서 소원을 빌고자 기를 쓰고 찾아간다. 포항의 호미곶에서부터 강릉의 정동진, 경포대, 휴전선 근처의 통일전망대까지 동쪽의 해안선을 따라 전망 좋은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여드는 숫자만큼 유명세를 더 타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 친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동화되며 정서가 순화되는 느낌이 있다. 거제도가 고향인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데 특히 수평선 위로 얼굴을 내미는 아침햇살의 장엄함을 익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해는 실제로 지구의 자전 속도에 따라 시속 1400km의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떠오르지만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위로 그 얼굴을 내밀게 되면 보는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희망찬 새 해의 그림을 떠올리곤 한다. 개중에는 두 손을 모우고 해를 향해 절을 하면서 주문 외우듯 소원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스로도 그 태양이 자기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답답한 마음을 거기서라도 털어놓고 평소에 간직했던 희망을 되뇌어 보는 소박한 마음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합장을 하고 주문을 외우는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새해 첫 시간의 여명을 붉게 물들인 아침 햇살처럼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한해를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다짐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