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오빠에게
무슨 말부터 시작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
오빠가 이 글을 읽지 못하는 건 알지만
그냥 오빠한테 하지 못한 말들이나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오빠군대 가는 하루 전날 까지도 난 실감이 하나도 안났었어
그동안 우리 별로 대화도 없고 만나면 서로 짜증스런 말투가 많았잖아
내가 아침에 일어날땐 오빠 잠들었구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할때 오빤 집에 들어오고..
오랜시간 오빠와 제대로 된 대화한번 못해본것 같아
우리 어렸을땐 그렇게 친했는데
항상 오빠가 나 챙겨주고 나 이뻐해 주고 같이 잘 놀아주고..
내 친구들이 오빨 보면서 맨날 부럽다고 했었던거 알아?
그런데 오빠와 은영이 언니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와 엄마 아빠보다 언니를 더 챙기는 듯한 행동에 참 섭섭했었어
집에 있을때 나랑 얘기하고 놀던 시간을 밖에서 언니와 함께 지냈으니까
첨엔 그런 오빠가 참 원망스러웠는데..
그치만 나도 은영이 언니 정말 좋아
오빠 없는 동안 내가 조금이나마 언니에게 도움을 줄수 있었으면 좋겠어
오늘 아침에 엄마가 날 깨우면서 오빠한테 인사하라고 하더라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그냥 난 엄마 아빠가 오빠 챙겨주는 걸 보고만 있었어
그리고 우리 가족 마지막으로 다같이 손잡고 기도 할때
왜그런지 그때까지도 오빠가 군대 간다는게 실감이 안나더라
그냥 몇일 오빠가 자리를 비우는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가 않는거야
현관 나가기 전에 오빠랑 악수할때 내손 잡고 막 흔들면서 '잘살아라'
태연한듯 웃고 있었는데 오빠 눈은 그게 아니더라
그제서야 정신이 났어
오빠한테 '잘가'하는 한마디 밖에 하지 못한 내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고..
그렇게 오빨 보내고 예람에 들어와서 오빠가 써놓은 글들을 봤어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오빠 모를껄
그냥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멈추지를 않더라
지금도 오빠 생각하면서 엉엉 울었어
자꾸 오빠 생각난다
나 내일 졸업인데 눈 팅팅부어서 큰일이야
지금 심정엔 졸업식날 같이 손잡고 사진 한장 찍고 싶은데...
하루만 더 늦게 갔으면 좋았을껄
지금쯤 오빠 잘 자고 있을지 모르겠어
첫날 이었는데 밥은 잘 먹었는지 힘들진 않았는지 춥진 않은지
참 걱정돼
하루하루 오빠를 위한 기도를 끊이지 않을꺼야
얼른 오빠 휴가 나왔으면 좋겠어
나 그때까지도 편지 꼬박꼬박 쓸께
내 친구들 다 동원해서 이~~~ 만큼 보낼꺼야
꼭 건강해야대
오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