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그대로 옮깁니다.
멋진 사나이 승배에게...
어이~ 승배 나 훈련병 석준이다. 네 편지 잘 받았어. 네 주소가 안보여 이게 왠 광고 DM 이지
생각했는데 훈련병에게 웬 DM? 네 편지더군. 하하 무척 반갑고 기쁘더라. 이 곳의 유일한 낙은 밥
먹기, 편지 쓰고 받기 밖에 없거든. 하하. 난 잘 지낸다. 오늘 부로 4주차 훈련을 시작하니 얼마 안있어
30일 퇴소를 하는구나! 훈련도 그다지 힘든게 없어.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지.
몸이 안좋다고? 천식이라. 군에서 천식있으면 면제로 알고 있는데... 먼지랑 엉겨 붙어 살아야 하는
군인에게 천식은 쥐약이란다. 기관지에 이상 없는 나도 먼지로 고생하는데 넌 얼마나 힘들겠냐.
몸 조심하고 곧 낫도록 기도하며.
오늘은 토요일이라 하루가 한가하다. 평일이라면 시간에 치여사는 우린 씻을 시간 밥먹을 시간조차
모자라 대충 씻고, 대충 먹고 하는 날이 일상이지. 오늘같은 토요일은 편지도 쓰고 생각하는 시간도 있어
무척 기분도 좋고 일분일초가 아까운 주말이란다. 주일은 교회도 가고 평안한 황금의 주말이지. 사회에
서는 느끼지 못한 주말. 알차게 써야겠지?
누나와는 잘 지내고 있나? 하도 베일에 쌓여사는 승배라 뭔 소식을 알아야지... 암튼 잘 지내리라 믿는다.
꼭 결혼에 골인하길...
난 은영과 편지로 자주 소식을 주고 받지. 비록 내가 보낸 편지가 하도 늦게가 엇갈리는 내용이 많지만
이 기회를 통해 우리의 사랑을 더욱 확인하는 시간이 된단다. 너가 하도 날 구박했지? 은영 좀 잘해주라고...
난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못할 일만 기억나는 내자신이 정말 얼마나 이기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했는지 새삼 느끼는 한달이었다.
비단 은영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암튼 군에 와서 많은 생각과 사고가 바뀐 나 자신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왜 이제 철이 드는지 아쉽기도 하다. 몸만 건강하다면 한번 와보길 바라고, 하지만 군대란
역시 엿같기도 하지. 하지만 좋게 생각해야지 뭐. '바꾸는게 좋겠군.. 나쁘단 소린데... 좋은 것보단 나쁜게
더 많은게 사실이니까...' 그래 암튼 승배야 몸 건강하고 새학기 잘 시작하거라. 벌써 3학년이지? 공부 열
심히 해라. 네가 말한 장난스러운 얘기. 나도 쭉 생각하고 있다. 나도 분발해야지. 하하. 또 편지 쓰마. 잘
지내 안녕-
2001 -03 - 10 16:46
소중한 친구 승배에게
p.s 시간나면 타이핑 혹은 스캔해서 은영에게 메일로 좀 보내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