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케이스 젠킨스 지음/ 최용찬 옮김/ 도서출판 혜안/ 169page/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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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arr 의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보다만 적이 있다. 단순히 역사란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서 본책치고는 그 단어의 풍부함과 내용의 어려움에 놀라서 읽다가 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흔히들 이야기 하는 역사란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역사가 아니구나? 하는 단순한 진리를 얻은 기억이 있다.
E.H.Carr 의 저서를 읽기전에 역사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나로서는 케이스 젠킨스의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를 읽기 권한다. 총 169 페이지의 얇은 책자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역사와 과거의 구분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흔히 역사라고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비교적 충실히 해주고 있다. 조금은 머리아프고 짜증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소개해 볼까? 하는 마음에 글을 써본다.
과거와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역사에 대하여 공부하기 이전에 과거와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부터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자면, 과거는 단순히 그전에 일어난 하나의 사실이며, 과거 자체는 절대 불가변한 것인 반면, 역사는 가변적이며 변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 다시 말해서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라는 이책의 제목과 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 과거라는 것을 역사라는 사실로 포장하게 되면서 그 '누구'의 입장이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 이며, 이 누구라는 주체는 흔히 말하는 그 시대의 "권력자"의 형태를 띤 사람들에 의해 주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말하여 지며, 때로는 이것이 불가변한 진리인양 옹호되기도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즉, 다시 여기서 정의를 내려야 하는데 역사를 알기전에 누구를 위한 역사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것이다.
분명, 이런 이야기를 하는중에 역사의 중립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게되면 중립적인 역사관이 존재하며 우리가 역사라고 불리우는 어떤 진실자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역사에서 그런 진실이란 존재할수가 없다.
역사를 배울때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의 생활상과 정치 경제를 보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및 개념을 추론하여 현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이것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이며, 이것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만 보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으로 일반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역사에 대해서 공부한답시고, 과거의 사람들의 생각을 파고 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이것을 궂이 가까운 예로 들어 비교한다면, 내 주변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의 생각을 내가 읽는것과 같다는 식으로 비교할수가 있다. 10년을 함께 지낸 친구가 옆에 있다고 하자. 당신은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수 있는가? 결국 이것또한 어디까지나 역사를 쓰기위한 추론의 과정일뿐이며, 과거의 시대속에서 역사를 분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되기 쉽다.
즉, 결론적으로 역사란 역사가의 저술이다. 역사가 그들에 의해 가공되어지고, 우리는 그 역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역사라는 허울속에서 역사를 보고있는것이 아닌, 역사가의 생각을 보고 있는것이다.
바로 이책은 그런 사고를 한번쯤 전환하게 해주는 책이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실증주의 사실주의및 담론 형태의 글을 담고 있어서 조금 어려운 면이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순간도 역사이므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에 한번 적어보았다.
P.s: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할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며, 적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사이트에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을 쳐보니 무수한 역사적 담론의 모습을 보며, 기겁하지 않을수 없다. 정말, 사고의 폭은 넓다.
2001. 5. 29 저녁에..
Rainbow Cha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