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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 2001.05.18 2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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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교회-자유게시판 (go SGHUAMCH)』 1724번
 제  목:네번째 여행기                                              
 올린이:well    (한동신  )    01/05/18 22:47    읽음: 2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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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울라 타바드에서...
 
 한시간쯤 땀을 닦으며 올랐을까, 어느새 정상이다.
 
 넑고 평편한 돌바닥위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세상을 다 가질 욕심도 능력도 내겐 없지만, 그래도 내 눈 앞에 보이는 그 넓은 황토빛
 
 평야의 마음, 그 정도만 가지고 살고 싶었다.
 
 세상의 지붕 아래...내가 있다.
 
 사랑하며 살자. 용서하며 살자. 서로 돕고 이해하며 살자...
 
 
 
 이곳에서는 물을 밟으면 그 사람하고 헤어진단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곳에서라면 어느 누구하고라도 같이 있는 게 번거로울 테니까.
 
 
 
 
 
 엘로라에서...
 
 엘로라 석굴 뒤쪽 구석 선인장 앞에 앉아서 지는 해에 몸과 마음을 내어 주었다.
 
 무슨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바위를 깎아 저리도 정교한 조각들을 만들어 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둔탁한 바위가 한낱 사람의 힘으로도 저렇게 다듬어지는데 난...왜 이런가, 난 왜 항상
 
 모난 채로인가.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바람에, 모래에, 비에 닳아지겠는가
 
 한참을 앉아 고민했다. 원숭이들이 다 집으로 들어가고, 해마저 다 지도록.  
 
 
 12월 14일
 
 아잔타의 view point에서...
 
 
 어느 영국 군인이 우연히 이 산에 올랐다가 수천년 동안 감추어 졌었던
 
 저렇게 웅장한 석굴을 발견했다고 했다. 평생 인도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걸 말이다.
 
 
 보물을 발견하는 사람과 그 기쁨.
 
 누구에게나 숨겨진 보물이 있을 거다.
 
 더 높이, 힘들여 올라가면 '나'라는 산에 생각지도 않게 숨겨진 귀한 그림들과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란 희망.
 
 
 아잔타를 기억나게 해 준다는 돌을 파는 아저씨가 한참을 내 곁에 머물렀다. 기억에 남는 건
 
 돌이 아니라 사람이고, 생각이라고 말했다. 눈가를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마도 내 영어구사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기억 속에 아잔타가 보물처럼 박혔다.
 
 
 12월 15일
 
 빠르다 뿌르라 마을의 평화로운 아침.
 
 
 이 황량한 들판에 강물이 흐르고 꽃들이 만발할 때까지...
 
 나의 사랑...
 
 까맣게 타들어가는 저 들판처럼 내 마음에 불을 지르고 연기를 내어 버린...
 
 나의 사랑...
 
 
 이 아름다운 땅 역시 당신의 것입니다.
 
 못난 나도 당신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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