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마주서는 사람
어느 흉곽외과 의사가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그는 햄릿(Hamlet)에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본떠서 “말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문제”라고 부제를 달았다. 간암으로 입원한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서글서글한 얼굴에 성격도 쾌활한 편이어서 같은 병실의 환자들이나 간호사와 서슴없이 말도 하고 편하게 지내곤 했다. 어느 날 병실을 순회하던 젊은 인턴이 그 환자의 차트를 들여다보며 무심결에 ‘어- 얼마 안 남았군!’ 하는 실수를 범했다. 재빨리 눈치를 챈 그 환자가 그 인턴에게 “선생님 얼마나 더 살 것 같습니까?” 하고 물었다. 인턴은 “아니,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고 하며 무마를 하려 하였으나 결국 환자의 유도심문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날 이후 그 환자는 가족들이나 병원 관계자에게 행패를 부리며 거친 행동을 하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생각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편 연세가 60세 이상 된 폐암 말기의 환자가 입원 중에 있었다. 아침에 병실에 가서 체크를 해 보면 밤에 상당한 진통도 겪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환자는 언제나 평온한 모습으로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는 등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어느 날 환자의 아들과 딸이 의사를 찾아와서 “선생님 저희는 아버님의 병세가 회복되기 어려운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이 이 사실을 아신다면 충격이 클 것이니 당분간은 모르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고 했다. 그 다음날 가족이 없는 시간에 환자가 찾아와서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의사는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 환자는 정중한 어조로 “선생님!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후회 없이 살았습니다. 지금 죽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애쓰고 있는 자식들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자식들에게는 끝까지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하고 부탁을 하더라는 것이다. 의사는 죽음과 마주선 두 사람의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대한 강박 속에 사는 것이 보편적인 심리라고 한다면 반대로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어떤 사람일까? 이것이야 말로 부활과 영생의 도리가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www.huam.org